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의 답장 가장 좋은 불면증 치료법을 알려드릴게요.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성우씨,
불면증으로 저를 찾는 사람들은 버티고 버티다 안 돼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분들은 정말 큰맘 먹고 병원에 와서 제가 약 하나를 딱 주면 마법처럼 잠을 푹 잘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원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저를 만나는 환자들의 70퍼센트 이상은 약을 못 받아 갑니다. 심지어는 다른 곳에서 약을 받던 환자들도 제게 와서는 수면제를 못 받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분들의 얘기를 잘 들어보면 잠을 자고 있더라고요, 낮에…
이유야 어찌 되었든 불면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은 대부분 밤에 잠을 못 잡니다. 그래서 힘드니까 낮에 잠을 자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몸이 볼 때는) 많은 경우 일부러 안 자는 것입니다. 예컨대 밤에 일이 있어서 잠을 못 잤다면 상황적으로 볼 때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온전히 내 몸의 관점에서 볼 때는 일부러 안 자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밤에 안 잤으니까, 낮에 자야지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며칠을 낮에 자고 밤에 깨어 있다가, 다시 밤에 자려고 하면 당연히 밤에는 잠이 안 옵니다. 잠의 주기가 깨진 것이죠. 그래서 나는 이제 밤에 못 잔다는 생각이 들면, 밤에 자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 어찌 보면 불면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전에 포도주 혹은 술을 한 잔 마시면 잠이 잘 온다며 매일 술을 드시는 분이 있습니다. 술은 잠깐 잠들 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내성(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 되는)이 생기고, 오 래될수록 불면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그래서 포도주 대신 따뜻한 우유를 한 컵 마시면 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유 한 잔은 보통 200CC 정도 되는데 중간에 소변이 마려워 잠을 깨우게 됩니다.
또 어떤 분은 잠을 자기 위해 일종의 의식을 갖기도 합니다. 저녁 6시부터 목욕하고 온갖 좋은 음악을 틀어놓고, 저녁 8시부터 침대에 누워 잠에 들기를 염원하죠. 그런데 9시가 돼도 10시가 돼도 잠은 안 오고 식은땀만 흐르고, 시계를 또 봐도 10시 30분입니다.
12시가 되어도 시계 소리만 째깍째깍 크게 들리고 이러다 오늘도 잠 못 자겠다 싶어지면 슬슬 불안이 밀려옵니다. 새벽 3시가 되어도 잠은 못 자고, 오늘 하루 일을 어떻게 할까 걱정하면서 새벽 4시에 간신히 잠이 듭니다. 아침 10시쯤 자다 깨다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만 힘들어서 조금 더 누워 있다가 아침 11시 30분쯤이 되어서야 오후 일정 때문에 간신히 일어납니다. 이것이 일주일, 한 달 반복됩니다.
사람이 노력으로 잠을 자기란 불가능합니다.하나도 안 졸린데, 어떤 노력을 해서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가능합니다.
누군가 “저는 아무리 깨워도 못 일어나요.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라고 한다면 그건 핑계에 불과합니다. 알람 하나 가지고 못 일어나면 10개를 맞추어놓으면 되고, 작은 핸드폰 알람에 반응을 안 하면, 수박만 한 자명종을 사다가 나를 깨우면 됩니다.
그래서 불면증 치료의 시작은 아침에 안 자고 일어나 있는 것에서 출발합니다.이런 노력을 통해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낮잠도 자지 않고 술을 비롯한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밤에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는데도 불면이 유지된다면, 그때 약물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이죠. 성우 씨는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혹은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한덕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