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을 갔을 때 였다. 루브르 박물관의 명화들을 구경하던 중, 런던에서 빅벤을 구경하던 중, 쭈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듯 그림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에게 몰래 어깨넘어 그림을 구경한 적이 있다. 나는 물체를 눈이 아닌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보고 있었고, 그는 자기만의 색깔로 재해석해서 담아내고 있었다. 그림에 대한 매력에 빠진 것은 그 때부터 였던 것 같다.
나도 연습장과 연필을 사서, 쭈그리고 앉아서 그림을 그려보았다. 초등학생 일기장에서나 볼 법한 그림체였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놀랍기도 했다. 카메라 렌즈로는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였다. 제각기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 멋진 유적지는 보면 볼 수록 다른 모습을 나에게 선사해주었다. 오랬동안 관찰해야만 보이는 세계는 그림이 아니고서야 볼 수 없는 세계였다.
욕심이 생겼다. 이왕 그리는거 더욱 예쁘게 그리고 싶었다.
다음 여행에서는 좀 더 이쁘게 대상을 그려주고 싶었다. 이쁘다는 말은 어느누구에게나 붙여도 기분좋은 말이 아니던가.
이 스케치 연습장책과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나는 저자가 누구인지, 목차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유심히 본다. 저자를 보면 이 책의 전체적인 방향이 보이고, 목차를 보면 그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 저자의 글을 보았을 때 좋았던 점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개와 고양을 각별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아기자기한 그림체.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사용법이 적혀있는게 인상적이다.
1. 책을 읽을 때, 스케치하기 위해 생각해 보는 공부를 합시다. 어떤 것을 그리면 좋은지 주위를 둘러보고 관찰해 봅니다.
2. 연필을 가지고 실제로 도전해 봅시다. 책에 직접 그려도 되고 연습장이나 스케치북에 그려도 좋습니다.
3. 페이지에 나오는 일러스트를 흉내 내어 스케치북에 그려보세요. 예시도 많이 있어요
4. 실물을 스케치북에 그려봅시다. 책에 있는 것을 참고해서 그리면 좋을 것입니다. 멋대로 즐겨봅시다!
먼저 관심과 관찰이 제일 중요하고, 처음으로 그려보는 체험, 흉내내어보기, 마지막으로 멋대로 그려보기
어디서 많이 듣지 않은 말 같지 않은가?
무엇인가 배운다는 단계는 바로 이 4단계를 거친다고 생각한다. 관심, 실행, 연습, 실전
처음에는 직선부터 다음에는 곡선 그리고 도형, 그리고 시점 단계별로 하나하나씩 한다. 좋다. 그림도 친근하다.
정말 아기자기하다. 오른쪽은 직접 그려보았다. 직선아닌 직선 같은 나만의 직선.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간다.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하지 않았다. 천천히 급하지 않게. 그러나 가르쳐주는대로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친근한것도 있지만, 자세하다. 드로잉을 한번도 배워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A to Z 까지 다 해주는 책이다.
조금 더 단계가 지나자, 시점이 나오고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빛은 어딘가 엉성하다. 하지만, 조금씩 빛과 시점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 그리기를 시작하고나니 온 세상이 드로잉처럼 느껴진다. 햇빛의 방향을 어느샌가 주의깊게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니 역시나 새롭게 보인다. 관심을 주는 것 상대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책을 사니 컬러링북을 같이 준다. 약간 건담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로봇물 스케치가 한가득하다.
로봇매니아였던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마음의 평안과 스트레스를 풀때 색칠공부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