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을 통하거나 공채 과정을 통해, 또는 헤드헌터를 통하는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서 회사와 접촉하게 되는데, 어느 경우든 이력서는 제출해야 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력서를 통해 자신이 해당 업무와 관련된 능력 및 재능을 가지고 있고, 채용 대상자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직장을 잡는 데 있어서 좋은 이력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물론 좋은 이력서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력서를 읽는 사람이 중요한 정보가 빠져있다고 생각하면 그 이력서는 그냥 치워 버리고 다른 이력서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좋은 이력서를 만드는 것은 자신을 좋은 값에 파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프로그래머의 기술 이력서 쓰는 방법
기술 이력서는 대부분의 이력서 작성법 책에 나와 있는 비기술직 이력서와는 작성법이 다르다. 비기술직 이력서의 경우에는 요구되는 능력 및 기술이 꽤 광범위하지만, 기술 이력서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능력들이 요구된다. 해당 업무에 꼭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은 후보자들에게는 회사에서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즉, 기술 이력서에는 비기술직 이력서에 비해 훨씬 더 구체적인 정보를 수록해야 한다.
자신을 팔아라
이 이력서의 문제점들은 대부분 단 하나의 오류로부터 기인한다. 이 이력서를 작성한 사람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서 이력서를 썼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능력을 팔기 위한 내용보다는 자서전을 요약한 것 같은 내용을 위주로 작성했는데, 이런 문제는 적잖게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단순히 자신이 해 온 것들을 열거해놓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하면 이력서를 읽어보는 사람이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면접을 볼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력서를 하나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이력서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이 충분히 선발할 가치를 지닌 지원자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자신을 회사에 팔 수 있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이 점을 신중히 고려하면 대부분의 다른 문제점도 같이 해결된다.
자신을 팔 수 있는 이력서를 작성하라.
짧게 써라
이 이력서에서는 그 외에도 다른 문제점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너무 길다는 것이다. 한 명을 뽑으려고 할 때 보통 50통 정도의 이력서를 받아보게 된다. 이력서를 검토하는 사람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그중 상당수는 부적격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중 보통 네다섯 명 정도의 지원자만 골라서 면접 을 하기 때문에 이력서만 가지고 거의 90% 정도의 지원자를 탈락시키게 된다. 모든 이력서를 꼼꼼히 읽어보는 것도 아니다. 빠르게 훑어보면서 꼭 살펴봐야 할 것만 골라낸다.
면접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 이 사람이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면접관이 보기에 정말 좋아 보여서 그냥 넘어갈 수 없을 만한 이력서를 만들어야 한다. 면접관이 이력서를 보는 시간은 정말 짧다. 이력서 첫 페이지를 15에서 20초 정도 쳐다보고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보지 않고 바로 치워버린다. 좋은 인상을 줘야 하긴 하지만 거짓말을 한다거나 자기가 잘 모르는 항목을 집어넣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이력서를 뻥튀기하면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선 많은 면접관이 이력서에 있는 모든 항목에 대해 질문을 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내용을 집어넣었다가는 이력서 전체를 못 믿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경력에 비해 너무 많이 안다고 주장한다면, 얘기도 꺼내기 전에 이미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너무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매력적인 단어들을 잔뜩 집어넣기만 하면 잡다하게 많이 알기만 할 뿐 정작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은 없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력서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되고 말 것이다. 이력서는 최대한 짧게 만들어야 한다.
경력이 5년 미만이라면 한 페이지면 충분할 것이다. 경력이 더 많다면 두 페이지 정도 분량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세 페이지를 넘어갈 이유가 없다. 세 페이지 분량을 넘어간다면 이력서가 아닌 CVcurriculum vitae라고 볼 수 있는데, CV는 미국에서는 학술 관련 직종을 제외하면 거의 쓸 필요가 없다(해외 취업의 경우에는 거의 CV에 가까운 더 상세한 이력서를 작성해야 할 수도 있다. 올바른 유형의 문서를 만들 수 있도록 미리 확인해보도록 하자).
이력서는 최대한 짧게 작성하자. 그리고 꼭 넣어야 할 사실만을 집어넣어야 한다.
필요한 정보를 수록하라
내용 면에서 볼 때 앞에 나온 이력서에는 화려한 용어들이 별로 많이 들어 있지 않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이름을 제대로 열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회사에서 괜찮은 이력서를 골라내기 위한 소프트 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이력서는 좋지 않다. 예를 들어, “XML 경험이 있 는 자바 개발자”를 요구하는 자리에 지원한다면, 그 시스템에서는 ‘자바’와 ‘XML’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이력서만 골라낼 것이다. 지원자가 갖고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이력서를 분류하는 회사도 있는데, 그런 회사의 경우에도 아까 봤던 이력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 이력서에는 전문 용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면접 대상 이력서 파일에 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자신이 써 본 모든 소프트웨어 제품, 운영체제, 언어, 기술, 방법론 등을 모두 적어놓아야 한다. 또한 보안 알고리즘이라든가 네트워크 프로토콜같이 자기가 경험했던 주제도 모두 수록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주제별로 분류해 놓아야 한다. [그림 A-2]에 나온 것처럼 정리하면 된다.
이력서에 특정 제품명을 수록할 때는 최신 기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버전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혹시 예전 버전만 다뤄 봤다면 버전 번호는 적당히 생략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이 책을 쓰 시점과 독자가 이 책을 읽을 시점 차이를 감안하여 버전 번호를 많이 생략했는데, 이력서는 원래 수시로 수정해 둬야 하는 것이므로, 될 수 있으면 자기가 써 본 최신 버전을 꾸준히 업데이트해 두도록 하자.
자신의 역량을 이력서에 분명하게 적어야 한다.
간단 명료하게 작성하라
아까 본 이력서는 조금 지저분하다. 폰트도 너무 다양하고, 문단 형식도 너무 다양하고, 줄 간격도 제각각이다. 이런 문서는 읽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 피곤하다. 무슨 협박장 같아 보인다는 얘기까지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자동 스캐닝 시스템 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Times New Roman 같이 널리 쓰이는 폰트를 사용하고, 폰트도 한 두 가지만 쓰는 게 좋다. 그리고 내용을 다시 보면 읽기도 힘들고 두서가 없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파악도 잘 안 된다. 자신이 어느 정도 기여를 했는지도 나와 있지 않고, 훌륭한 직원이 될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도 못한다. 직장 경험 쪽을 보면 이런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지금처럼 긴 문장 형태로 쓰지 말고 굵은 점이 찍힌 목록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면접관 입장에서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고, 면접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력서는 조금 더 초점을 강조하여 작성해야 한다. 정확하게 무엇을 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그냥 자기 팀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회사에서 일했는지만 써 놓았을 뿐, 훌륭한 지원자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내용은 적지 않았다. 그리고 implemented, designed, programmed, monitored, administered, architected 같은 단어를 써서 자신이 기여한 바 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designed database schema for Oracle 11g database and programmed database connectivity using Java threads and JDBC(오라클 11g 데이터베이스용 데이터베이스 스키마를 설계하고, 자바 스레드와 JDBC를 써서 데이터베이스 연결 프로그램을 만들었음)” 같은 식으로 말이다. 가능하면 자신이 한 일을 정량적으로 기술하고 결과에 대한 설명도 덧붙 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administered network of 20 Linux machines for Fortune 100 client, resulting in $1 million in revenues annually” 같 은 식으로 쓰면 훌륭하다. 이렇게 써 놓으면 “지금 당장 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습니까?” 같은 질문에 미리 답을 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도 구미가 당길 것이다.
물론 인상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없을 때는 숫자를 생략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이력서 작성 시에 내용 면에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로 특정 업무와 관련된 자신의 책임을 열거하는 순서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화려한 것부터 그렇지 않은 것 순서대로 수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주된 내용을 먼저 적어야 한다는 점에 주의하자.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세일즈와 개발을 모두 해 봤는데 세일즈 면에서 매우 인상적인 업적을 이루기도 했고, 개발 업무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를 내기도 했고, 세일즈 면에서 별로 대단하지 않은 성과를 낸 적도 있다고 해보자.
세일즈에서 성공적이었던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면 세일즈 이야기를 먼저 적고 나머지 개발 업무에 대한 내용을 나중에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일관된 순서를 따라야 한다. 중요도 순에서 조금 어긋나더라도 각 항목들을 주제별로 묶어야 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력서에서 자신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겸손해야 하고 너무 뽐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을 효과적으로 팔 수 없는, 설득력이 조금 부족한 이력서를 만들곤 한다. 거짓말은 절대로 하면 안 되겠지만 자신이 한 일을 최대한 인상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잘 포장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게 정말 껄끄럽다면 주변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보는 것도 괜찮다.
자신의 경력을 목록 형태로 작성하고, 목록은 최대한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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