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책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책의 제목인 것 같다. 아무래도 짧은 단어 혹은 문장 형태를 한 제목 안에 그 책의 모든 내용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역시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읽기 전까지는) 제목에 있는 것처럼 '데이터' 자체에 눈이 갔던 것 같다. 핵심은 그 뒤에 있는 단어인 '스토리'임에도 말이다. 최근에 데이터 분석이 다양한 곳에 활용되며 주요 이슈가 되니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분석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도서 역시 다양해져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시각화'였다. 그래서 '스토리'가 있음에도 '시각화'와 관련된 내용이 아닐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위해서 시각화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다. 이 책에서 또한 그런 내용이 없진 않지만. 일단 다 읽고 난 다음에 이 책의 제목이 내용을 일부만 담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사진] 경영자가 선호하는 소통방식 (본책 p.55)
이 책은 데이터로 소통하기, 잘 짜여진 스토리로 정확하게 의사전달하기, 명료한 차트와 한 눈에 들어오는 슬라이드 만들기, 실전 데이터 활용하기 등 총 4개의 Part와 부록(부록이지만 내용은 책 속 일부를 요약해 놓은 것이다.)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1/3 부분까지만 해도 기존 유사 도서들과 차별성이 없어서 실망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목에서처럼 분석된 데이터를 활용해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왜 보고(서도!)를 잘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너무 많이 차지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3이 지나 PART2 중반부터 생각이 싹 달라졌다. 평소에 발표 등의 자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하며 관련 서적을 찾아읽고, 질문하며 어떻게 만드는 게 가장 좋은지 답을 찾곤 했었다. 팬테믹으로 외부 행사가 줄어드는 바람에 최근 3년간은 오로지 책에만 의존해야 했지만 평소에 알고자 했던 사항들을 여전히 속시원히 풀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 책의 PART2 중반부터 평소의 궁금증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결론 먼저 말하자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정답은 없다'이다. 주제와 당시의 청자에 따라 상황이 달라져야 된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답이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대한 사례가 간단명료하게 이 책 속에 제시되어 있었다. 발표나 강연의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 중 발표 사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중심으로 말해보면 발표나 강연의 경우 역시 최종 목적은 관련 사항에 대한 설득이겠지만, 설득을 위한 정보전달이 주 핵심을 이룬다. 그래서 발표 자료에 그 사항들을 모두 넣을 것이냐, 핵심만 말하고 말로 전달할 것이냐가 문제가 된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경우 대면 상황에서는 후자가 더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것이 법적 문제와 관련된 사항이라면 요약된 내용이지만, 판례와 같은 긴 글이 빠질 수 없는 자료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찾은 대답은 앞서 말한 경우에서 키워드나 사진 등으로만 구성된 자료의 경우 말로서 청자들을 집중 시키면 되지만, 부득이 하게 텍스트가 많이 들어간 자료의 경우 발표 직전에 청자들이 충분히 내용을 숙지할(읽을 수 있는) 수 있는 시간을 주라는 것이었다. 책 속에서의 예시는 사전에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온 청자들에 대한 배려로서 제시된 방법이지만, 나는 그 내용을 나만의 방식을 해석해 보았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책 전반에 걸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 바로 3법칙이다.(책 속에서 3법칙으로 언급된 사항은 없다.) 발표나 보고서와 관련된 다양한 도서에서도 중요하게 말하는 것이 3법칙이다. 한 두개는 너무 적고 셋 이상은 너무 많고, '3'. 세 가지가 가장 적당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역시 저자들은 저자 자신이 만든 것이든 외부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든 모두 3가지로 정리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전체 구성 역시 '제안 나무'라는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 제안 나무 역시 아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크게 3가지 틀을 중심으로 아래로 관련 내용이 흘러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위, 본책 p.148) : 제안 나무 구조 예시이다. 이 구조를 보면 가로으로도 세로축으로도 3법칙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각 핵심슬라이드 아래로 '무엇을 - 왜 - 어떻게' 처럼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각 슬라이드에 넣는다라고 생각하면 핵심 키워드를 요약해 넣기가 더 수월해진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추가사항이 필요할 경우 제일 상단에 요약보고서와 제일 하단 마지막에 위치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 본책 p.151) : 아래 사진은 미국 오션사이드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 기업 '톰슨 인스트루먼트'의 실제 제안서 사례로 p.148의 제안 나무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또 하나는 만들어진 자료를 말로써 전달할 때 사용되는 문구(예: 동사, 부사 등)에 대한 설명이다. 내용과 내용을 연결해 스토리를 만들 때 사용하면 좋을 변화 동사, 지속 동사, 완료 동사 3가지로 분류하여 마치 단어장처럼 정리해 두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을 글로 풀어 쓴 경우는 본 적 있지만, 이렇게 단어장처럼 잘 정리해 둔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음 결론은 이 책은 제목이 책 내용을 다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책 속에서 내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내가 그간 알고 싶었던 부분에 대한 답도 여럿 얻으며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이 책은 스토리 자체를 만든다는 것보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발표자료를 잘 만들고 그것을 말로 잘 풀어낼 것인가가 핵심으로 '잘 보고 하는 법'에 더 가깝다. 분명 이 책이 도움이 될 만한 분들이 정말 많을 것 같은데, 책 제목만 보고 책 속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그냥 넘어가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책 내용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책 제목이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아쉬운 점은 책 크기와 백지 부분이다. 보고서를 만들고 발표 직전 준비를 하며 옆에 두고 활용가치가 높은 책인데, 판형이 그렇게 활용하기에는 너무 불편하다. 굳이 이런 판형을 선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사실 책 읽는 동안에도 좀 불편했다. 그리고 챕터와 챕터 사이 파트와 파트 사이의 빈 여백의 간지가 너무 많다. 차라리 그 여백들을 뒤쪽으로 몰아서 이 책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사례를 2~3개 더 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PPT 자료를 없애고 텍스트 등으로 간단하게 구성된 보고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는 하나 그 양이 단 한 장이던, 수십 장던 발표나 강연을 위해 보고서 작성은 피할 수 없다. 발표나 강연을 잘하는 방법으로 많이 추천되는 방법 중 하나는 사전에 만들어진 보고서로 발표 시나리오를 만들고 계속 수정하며 발표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보고서 자체를 만들 때 그리고 보고서 작성 후 시나리오를 만들 때 이 책 속에 정리된 용어 등을 활용해 연습하는 것을 추천해 본다. 리뷰가 좀 장황 했지만 어쨌든 이 책은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보고서와 발표체계 전반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는 점이라는 것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