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세계에서 숨쉬는 과학, 수학을 인문학적 표현으로
일상으로
끌어오고자 노력한 책.
다년간 과학과 수학에 심취하며 깨달은 결과
를 독자와 공유하는 책으로 인문학 전문가 특유의 표현
으로 전달하고자한 시도가 인상적인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과학의 즐거움에 심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약간의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이라면 아마 앉은 자리에서 손떼지 못하고 단숨에 책을 끝까지 읽게 될 것 같다.
나 역시 화장실을 잠시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에 손을 떼지 못했다. 아마 과학이나 수학에 크게 관심없는 사람일지라도 적어도 초반 1장 정도는 흥미진진하게 빠져들지 않을까 싶다.
책이 재미있는 이유에는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주는데 있는 것 같다. 첫째로 작가가 다년간 어려운 지식들을 확실히 이해하고자 노력한 과정이 축약
되어 우리에게 조금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 같고, 둘째로 작가가 인문학에 정통하기에 진리에 인접한 심오한 영역을 전달하는 능력
에 있는 것 같다.
저자는 과학과 진리를 쉽게 이해시키려는 시도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얻은 깨달음도 공유한다. 인생과 닮은 부분
이나 사람이 사회안에서 살아가며 행동하는 원리 또한 과학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삶과 엮는다.
이런 깨달음은 엄밀히 수학적으로 정의된 것들은 아니지만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대부분 사실이 아닐까 싶다. 또한 사실 여부를 떠나서 중요한 것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풍부하게 만들어 보다 나은 선택에 도움을 준다는데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꽤 방대한 과학과 수학의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저자의 전달력이다. 무한과 유한의 속성에 대한 통찰이 수록된 도입부는 이 책을 쉬지 않고 단숨에 읽게 만드는 좋은 포문이었다.
그 안에도 여러 주제가 등장하지만 에릭칸토어의 집합론과 무한급수 개념의 좋은 예인 제논의 역설
등이 그 예이다. 처음 제논의 역설을 접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분명히 틀린 것은 알겠는데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제논의 역설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보다 10배 빨리 이동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아킬레우스보다 거북이를 100m 앞에서 출발 시킨다. 아킬레우스가 100m를 달려가면 거북이는 10m를 가고, 거북이를 따라잡기 위해 아킬레우스가 10m를 가면 그동안 거북이는 1m를 나아간다.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따라잡기 위해 달리는 동안 거북이 역시 움직이므로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는 무한급수 개념이 정립되며 무한이 유한으로 바뀌며 해결된다. 0.9999…가 1과 같다는 것도 그 예이고 책에 등장하는 시각형 면적을 무한으로 더하는 예도 비슷한 예이다.
파이(π)가 무한한 과정으로 숫자가 이어진다고 해서 숫자 4보다 클 수 없는 논리와도 같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이런 흥미로운 사실들을 전달하는 난이도와 양에 있는데 책 지면 2페이지 안으로 모든 개념과 답을 일상의 언어로 서술하고 있어 이 정도면 스토리 빠른 전개를 추구하는 요즘 대중들의 요구를 사이다처럼 해소시켜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유사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그것도 영화나 소설처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비범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칸토어의 집합론도 마찬가지이다. 무한대끼리도 크기 비교가 어느정도 가능하다는 연속체의 농도(알레프) 개념을 이렇게 쉽게 설명하는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심지어 알레프나 농도라는 말은 책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자연수 1,2,3,4,…와 짝수 2,4,6,8,.. 집합은 둘 중 어느쪽이 클까?
상식적으로 자연수는 짝수와 홀수의 집합이 합쳐졌다 생각하기에 직관적으로는 두 집합이 같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미를 로즈라고 하든 ROSE라고 하든 정의 자체에 상관이 없는 것처럼 1을 t로, 2를 z로, .. 이런식으로 숫자를 원하는 다른 기호 혹은 명칭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즉, 자연수 집합을 2,4,6,8,…으로 표기해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인데 이를 통해 두 집합의 크기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한과 유한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리고 이산과 연속은 또 어떻게 개념적으로 얽혀있는 것인지? 어쩌면 무한을 유한으로 바꿔가는 과정이 우리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빛의 기본 단위를 광자로 이산화 시키고, 에너지의 기본 단위마저 끊어낼 수 있는 현대 과학의 진척처럼 말이다.
저자의 여행은 이후로도 계속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오일러의 공식이나 맥스웰 방정식
도 소개된다.
“몇제곱이냐?”를 의미하는 로그
를 왕에게 제법 큰 보상을 받기위해 머리쓰는 농부의 예제에 빗대기도 한다. 첫날은 쌀 2톨 주시고 다음날은 4톨, …을 원한다고 할 때 10만 톨을 받기위해 필요한 날짜를 계산한다면 간단히 log2(10만)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된다.
사실 로그는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다. 괜히 수식 계산에 의미가 없는 형상 log라는 기호가 더해지면서 상징 기호를 하나 더 만든것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로그는 혼자 있을때는 별 것 없지만 둘 이상의 숫자를 비교하는 경우 큰 의미가 있다.
지수적 폭발에서 해방시켜주고 저자의 표현처럼 곱셈의 세상을 순간적으로 덧셈의 세상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2는 1이되고, 8은 3이 되니 효과가 작아보이지만 10억에 가까운 1073741824은 고작 30이 되니 천문학적인 세계에서는 엄청난 도구가 된다.
저자가 전달하는 삼각함수
의 표현 역시 훌륭하다. 동그란 시계에서 시침만 있다 가정하고 그 바늘이 12시에서 1시가 되면 시침의 높이는 조금 줄어든다. 이렇게 3시, 6시 등을 거치며 높이는 1 ~ -1 사이를 움직이게 되는데 이 그래프가 바로 sin 함수가 된다.
이 sin 그래프의 순간 순간 기울기 즉, 변화율을 구한 미분값이 cos함수 그래프가 된다. 즉, sin을 미분하면 cos가 되는 셈이다.
그 외에도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공간속의 속도가 빨라지니 그만큼 시간속의 속도는 줄어들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
이나 인터스텔라에서의 예시와 같이 중력이 큰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등 어려운 과학 개념을 상식적인 사례, 간단한 실험, 예시 등으로 쉽게 전달하고 있어 적잖이 놀랐다.
또, 빛을 입자적으로 표현하면 광자라 칭하고, 파동으로 표현하면 전자기파라고 표현하며, 어떨때는 전자파라는 언어로 표현되어 인체에 해로울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다양한 과학적 표현들이 결국 빛 하나와 동일한 단어라 정리하는 시각
에도 놀랐다.
단위와 정의를 확실히하여 개념으로 이어지고 속력과 속도의 단어 차이에 대해 비평하며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어 독자 상상속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줄여주는 온갖 시도는 독자로 하여금 순수한 진리 탐구의 재미를 향한 여행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10년전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책으로도 접하고 영화로도 접했던 나는 저자가 책에 담은 전율을 생생하게 느낀 또 하나의 독자이기도 하다. 갈릴레이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빅뱅 후 우주의 역사는 1년이라고 가정했을 시 겨우 1초의 시간이다.
겨우 그 1초의 시간안에 벌어진 과학의 대모험 중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 가릴 것 없이 굵직한 주제들을 250여 페이지 동안 여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텐데 저자는 일상의 언어로 충실히 해내고 있다.
정리하자면 저자가 책 말미에 표현했든 인생사 새옹지마인것 같다. 우연처럼 다가오는 일에는 항상 노력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로를 수포자로 단정짓고 운명처럼 혹은 우연처럼 다가오는 진리탐구의 재미와 벅차오름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너무 불행한 일이 아닐까? 그렇기에 수학과 과학에 전혀 관심 없는 독자일지라도 이 책만큼은 한 번 쯤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