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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위로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한빛비즈

집필서

판매중

  • 저자 : 이강룡
  • 출간 : 2023-04-10
  • 페이지 : 272 쪽
  • ISBN : 9791157846542
  • 물류코드 :3409
  • 초급 초중급 중급 중고급 고급
5점 (1명)
좋아요 : 15

어른이 되어 다시 펼쳐든 과학에는 

모든 앎과 삶이 서로 이어져 있었다!

인문학 작가의 따스한 문장이 선사하는 과학적 위로

 

학교를 졸업하면서 수학과 과학의 압박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며 행복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이제는 그 지긋지긋한 방정식, 함수 등과 영원히 작별할 수 있다고 기뻐했던 적 있지 않은가. 그랬던 내가 어른이 되어 나이를 하나둘 먹어가면서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겠다던 그 과학이 문득 궁금해진다. 때론 내가 살면서 놓쳐버린 지식이 있지 않을까 자문하기도 한다. 학교를 다닐 때는 억지로 공부해야 했지만 어른이 되면서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드는 것이다.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면서 지난 과거를 반추하고 앞으로의 삶을 그려볼 때가 있다. 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놓치고 살아온 것은 없는지, 나 자신을 위해 다시 채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기도 한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살찌우고 싶은 순수한 목적에서 말이다. 다시금 공부를 하려는 성인들이 적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다. 

오랫동안 인문학과 글쓰기 강사로 지내온 작가 이강룡도 마찬가지다. 역경을 딛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접하고 그것에 감명받아 수학 책과 과학 책을 하나둘 찾게 되었고, 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미에 빠져든 것이다. 인생 중반에 새로 만난 과학은 이전과 전혀 다르게 다가왔고, 과학적 시선으로 볼 줄 알게 되면서 이 세상이 매우 흥미로워졌다. 학창 시절 의무이자 숙제로만 여겨졌던 과학, 그래서 싫고 부담스러웠던 과학. 시험과 문제풀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하나하나 찾아가며 주도적으로 지식을 쌓다 보니, 이제는 그 어렵던 과학이 너무나도 재미있게 다가온 것이다. 이강룡 작가는 어른의 과학 공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중년에 접어든 나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과 공부했던 것들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수학과 물리학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물리학은 화학과, 화학은 생물학과, 생물학은 뇌과학이나 심리학과, 심리학은 인문학과, 인문학은 우리의 사고 활동, 우리의 삶과 깊이 연관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모든 앎은 이어져 있으며 나와 여러분도 서로 이어져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어른이 되어 과학을 이해하고 또 과학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푼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 삶의 지혜를 차분히 알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꼬여버린 듯한 내 인생의 방정식이 심플한 과학의 원리로 선명히 풀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지금, 그 지적인 여정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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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룡 저자

이강룡

《과학의 위로》는 오랜 기간 인문학 작가로 활동한 이강룡 저자가 마흔 무렵 스스로 과학 공부를 하며 느낀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담은 책이다. 무궁무진한 지식 세계를 탐험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음악이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경험한 이가 음악 없이 더는 살 수 없듯, 이제 그에게 과학 공부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교양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글을 써왔다.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글쓰기 기본기》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등의 글쓰기 교양서를 여러 권 썼고,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같은 역사 교양서를 썼으며, 《퍼펙트 레드》 《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쳐라》 등을 번역했다. DMZ국제다큐영화제 백일장 심사위원, 창비 청소년 글쓰기 대회 심사위원, EBS 글쓰기/논술 강사로 활동했다. 정보통신문화신서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으며, 작가가 되기 전에 인터넷 회사에서 일하면서 ‘우리말글 바로 쓰기 운동’(온라인)을 기획·운영하여 문화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중등 과정의 세계사와 국어 교과서/지도서 약 20종에 그의 글이 실려 있다.

 

프롤로그: 앤드루 와일스의 용기

 

1장 빛과 입자

무한과 유한: 앎이란 이미 아는 것으로 아직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지혜

빛의 속성: 언제나 삶의 최단 경로를 알고 있는 동네 주민들

전기와 자기, 전자기파: 전자파로 둘러싸인 안전한 세상

주파수와 공명: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누리는 인생의 행복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분법으로 풀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인생사

현대 문명의 기반, 반도체

 

2장 시간과 공간

상대성 원리: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 보이는 인생의 오묘함

특수 상대성 이론: 달라 보였던 것들이 하나였음을 깨달았을 때의 벅찬 희열

일반 상대성 이론: 훌륭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거대한 일렁임

시간과 시계: 자기만의 일상을 구축한 이의 근사하고 단정한 삶

표준과 단위: 게으름에서 오는 느슨함과 부지런함에서 오는 유연함

일상 용어와 과학 용어

 

3장 과학과 수학

스칼라와 벡터: 과속을 피하는 방법과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

계산과 방정식: 복잡한 인생 고민을 푸는 지혜

패턴 인식과 기하학: 적합한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본능

미분과 적분: 어머니의 사랑을 미분하면 남는 것

삼각함수와 로그: 우리의 감각을 통역해주는 멋진 계산법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예술


4장 우주와 인간

우주의 탄생: 12월 31일 밤 11시 59분 59초에 시작된 과학의 역사

원소와 주기표: 하나뿐인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 수만큼의 세상들

생명 원리: 물질이 생명으로 바뀌는 기적

진화: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살벌한 실전 인생

기억의 메커니즘: 인간 존재의 소멸은 사망이 아닌 망각

과학자들의 인생 특강

 

에필로그: 지식의 성장과 공동체 정신

부록: 내가 읽은 과학책 연대기

그토록 어렵던 과학이 문학, 철학, 역사로 이해될 줄이야!

이성적 과학에 인문학적 감성을 채색하다

 

《과학의 위로》는 오랫동안 인문학 작가로 활동한 이강룡 저자가 마흔 무렵 스스로 과학 공부를 하며 느낀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담아낸 책이다. 또 과학의 물리 법칙을 우리 일상에 적용해보는 철학적 시선도 제공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딱딱한 과학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읽다 보면 이것이 과학 책인지, 인문학 책인지, 역사나 철학 책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때론 감성적인 에세이로 둔갑해 저절로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 어렵기만 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다룬 칸트의 철학 체계와 비교되는 순간, “시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신축성 있는 고무줄”이라는 상대성 원리가 바로 이해되는가 하면, ‘유전자-DNA-염색체-게놈’을 카세트테이프에 비유하는 글에서는 과거의 추억이 생각나는 동시에 생명학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저자는 친구가 세상을 떠나자 더는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는 고사성어 ‘백아절현(伯牙絶絃)’ 이야기로 소리와 주파수를 설명하고,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역설을 통해 무한급수의 개념을 재밌게 풀어준다. 또 인간의 기억 메커니즘을 다룰 때는 그리스 뮤즈의 신화까지 곁들인다.

어디 그뿐인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빛의 속성을 설명하는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하며,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의 대사 한 장면은 과학의 표준과 단위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재밌는 비유로 쓰인다.

《과학의 위로》는 숫자와 기호, 수식부터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과학 개념이 인문학적 지식과 문학적 비유, 그리고 철학적 지혜를 만나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가 다시 과학에 주목해야 이유는

세상과 삶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다

 

음악을 전혀 듣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지만, 음악을 들으면 인생을 더 즐겁고 멋지게 향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과학을 몰라도 세상살이에 별로 지장은 없다. 하지만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은 과학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 있기에 과학을 알면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사고도 더욱 풍요로워진다. 

작가의 말처럼, 감마선이란 단어를 보았을 때 체르노빌의 바이오 로봇을 떠올리면서 잠시 숙연한 마음을 갖는 것, 주유소에서 무연휘발유를 넣다가 납 성분을 배출하는 유연휘발유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인류를 납 중독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 물리학자 클레어 패터슨을 떠올리며 잠시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 이런 것이 어른의 과학일 것이다. 또한 1905년이라는 연도에서 을사조약을 떠올리는 동시에, 아인슈타인이 획기적인 논문들을 쏟아낸 기적의 해라는 사실을 함께 떠올릴 수 있다면, 우리 인생에서 1905년은 더욱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천체물리학을 공부하면 우주의 광대함에 비추어 인간이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다. 아인슈타인 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동시성이 없다는 과학 지식을 알게 되는 한편, 지금이 아니면 사라지는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즉, 문제풀이 과학이 아니라 이 세상에 과학이 존재하는 가치, 과학이 발견한 인류의 가능성, 과학이 말하는 삶의 의미 등을 살펴보고 사색할 수 있다. 

자, 앞으로는 살면서 알쏭달쏭하고 고통스럽고 난해한 문제를 만났을 때 답을 미지수로 놓고 가능한 방정식을 찾아보자. 《과학의 위로》를 읽는 시간은 이 책의 부제처럼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추천사

 

“솔직히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다. 그래서 과학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려면 정작 과학을 빼야 할 때가 많다. 내용의 깊이와 넓이는 재미와는 정반대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과학의 위로》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정말 재밌다. 동시에 과학을 정확히 담고 있다. 반드시 읽어보라.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고, 과학을 통해 인생의 미지수가 풀린다는 깨달음도 얻게 될 것이다.”

- 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지식은 당장 쓸모가 없어도 삶을 풍요롭게 한다. 과학 지식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 좋을 만한 과학 이야기를 누구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풀어준다. 선배에게 듣는 세상 이야기, 직장 동료와 나누는 사는 이야기 같은 느낌으로 과학에 얽힌 사연을 전달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가십거리가 너무 많은 세상인데, 오늘은 그 대신에 차 한잔과 함께 과학 이야기를 나누어본다면 거기에 어울리기에는 이 책 내용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 곽재식(작가)

 

 

▶ 책 속으로

 

시인 단테가 지은 서사시 《신곡》은 스승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제자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이런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인생의 반고비에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 이 글을 쓸 때 단테는 30대 중반이었는데 당시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인생의 반고비가 맞다. 요새 나이로는 마흔 정도가 아닐까 한다. 마흔쯤 되면 누구나 인생의 반고비를 살았다는 생각이 들 텐데, 그동안 살아온 시절을 돌이켜보면 세상살이가 참으로 복잡다단하다는 느낌도 들 것이다. 

_29쪽, <1장 빛과 입자> 중에서

 

살다 보면 조금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결국 최적의 경로였던 경우가 많다. 삶의 최적 경로는 직선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언제나 곧은길로 앞으로만 나아가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삶의 여정은 구불구불한 곡선들로 가득 차 있다. 등산할 때 보면, 직선거리이긴 하지만 아주 올라가기 힘들고 어려운 길이 있고 직선거리는 아니지만 조금 돌아가면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여러분은 둘 중에 어느 길로 가겠는가. 빛이라면 더 빨리 갈 수 있는 우회 경로를 택할 것이다. 돌아가는 길을 택해야 돌아가지 않게 된다. 

_35쪽, <1장 빛과 입자> 중에서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사는 우리의 눈까지 오려면 8분 정도 걸린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실시간의 태양이 아닌 8분 전의 태양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책을 보는 것도 사랑하는 가족을 바라보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모두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SF 영화의 한 장면이라 치고, 만일 태양이 폭발하거나 사라진다면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8분밖에 안 된다. 우리가 보는 별빛은 까마득한 과거의 모습들이다. 현재 그 별이 사라졌다 해도 그 별은 당분간 밤하늘에 여전히 빛날 것이다. 과거에 출발한 빛이 지구까지 오는 여정의 시간만큼 유예되는 것이다. 따라서 밤하늘은 과거를 보여주는 마법 같은 브라우저이자 타임머신이다. 

_47~48쪽, <1장 빛과 입자> 중에서

 

좋은 질문은 더 나은 지식을 이끌어내는 힘을 지닌 듯하다. 질문을 해보자. 물체는 정지한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계속 움직이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일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물체는 움직이다가 결국 멈추게 되므로 정지 상태가 물체의 본성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정지한 상태이므로, 즉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으므로 주변 하늘이 우리를 기준으로 빙글빙글 돈다고 여겼을 것이다. 갈릴레이는 움직이는 물체에 따로 멈추는 힘을 가하지 않으면 움직이던 물체는 영원히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의 배후를 생각했던 것이다.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으면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지구 역시 일정하게 계속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멈추는가?’ 하고 물었다면 갈릴레이는 ‘왜 안 멈추는가?’ 하고 물었기에 올바른 원리를 본 것이다. 

_80~81쪽, <2장 시간과 공간> 중에서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아주 오래전 은하계 저편에)”라는 스타워즈 오프닝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아득히 먼 곳,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두 블랙홀이 충돌했다. 13억 광년이란 빛의 속력으로 13억 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비교하자면 1977년도에 발사한 보이저호가 45년 동안 날아간 거리는 빛의 속력으로 하루면 갈 수 있다. 여기에 365배를 해야 1광년 거리가 된다. 비교가 잘 안 된다. 하여튼 광년 단위로 떨어진 곳은 아주아주아주 멀다. 저 아득히 먼 어느 은하에서 충돌한 두 블랙홀로 인해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고, 충격이 너무나 강력했기에 그 파동이 사방팔방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지구에도 그 파동이 마침내 전해졌다. 중력파라 불리는 그 파동을 2015년에 지구의 과학자들이 관측했다. 이것이 현대 과학 기술이 도달한 경지로서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그 바탕에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있다. “무거운 물체는 시공간을 출렁이게 한다.” 사람도 그러하지 않은가. 

_104~105쪽, <2장 시간과 공간> 중에서

 

기하학자들은 일반인이 상상하기도 힘든 수천 차원 이상의 고차원을 다루는데, 잘 따져보지 않아서 그렇지 실은 우리도 고차원 정보를 다루며 고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 마흔 살 정도 되는 사람들은 적어도 몇십 차원 정도 되는 세계에 산다. 나는 어머니의 아들이자, 어떤 여인의 남편이며, 어떤 사내아이의 아빠이고, 장인어른의 큰사위이며, 조카들의 삼촌/이모부/고모부이고, 작가이자 강사이며, 어떤 이의 친구로서, 남양주시에 사는 40대 후반의 한국 남자다. 대략 14가지 조건이 나왔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 나라는 인간을 제대로 규정하려면 40종류 정보, 즉 적어도 40차원 이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_138쪽, <3장 과학과 수학> 중에서

 

내 아들이 아가였을 때 나랑 같이 다니면 이웃 사람들이 내 얼굴과 아들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한마디씩 했다. “아빠랑 똑같네.” 닮은 데야 있겠지만 똑같은 건 아닐 텐데 왜 똑같다고 말하는 걸까. 사람들이 말하는 똑같다는 말은 외모가 복사기로 찍은 듯 일치한다는 게 아니라, 뭔가 본질적인 유사성을 공유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이 기하학자가 찾는 것이다. 붕어빵들보다는 그 붕어빵 틀을 찾고자 하고, 틀보다는 그 설계도를 찾고자 한다.

_152~153쪽, <3장 과학과 수학> 중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미분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기울기가 없으니 미분하면 0이 될 텐데, 자식이 미운 짓을 하든 고운 짓을 하든 어머니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는 짓은 하면 안 된다. 힘들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얼른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내 삶의 모습이 어떻든, 적어도 가족만큼은 그걸 예측 가능해야 하지 않겠는가.

_166쪽, <3장 과학과 수학> 중에서

 

우주에는 위아래가 없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보통 북쪽을 위라고 여기기 쉬운 것은 그렇게 지도를 그려온 관습 때문이다. 근대 시대의 패권을 차지했던 나라들이 북반구에 대부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 달력으로 보면 마지막 날의 마지막 1초가 근대 과학의 역사인데, 마지막 14초로 확장하면 우리 인류의 역사가 된다. 그 14초 안에 우리 인류의 모든 희로애락, 그리고 전쟁과 평화가 담겨 있다. 천문학 지식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주에는 위아래가 없으니 우주의 일부인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_198~199쪽, <4장 우주와 인간> 중에서

 

복제도 사람의 일이라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작동하지만) 실수가 생긴다. 10억 회 중에 한 번꼴로 불량품이 생기는데 이렇게 잘못 복제된 세포가 암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반면에 이렇게 원래 설계도에 맞지 않는 불량품이 거대한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진화의 실마리가 된다. 기존 모습과 완벽히 일치한다면 진화도 없기 때문이다. 항구에 잘 정박된 배는 안전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이 배를 만든 목적은 아니다. 파도가 치는 바다로 나아가 위험에 맞서며 움직이고 일을 해야 뭔가를 해낼 수 있다. 고정된 원래 상태 그대로에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_224~225쪽, <4장 우주와 인간> 중에서

 

과학 공부는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른다고 말하기 위해서 하는 거다. 확실한 것이 결국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과학 공부다. 학생이 모른다고 하는 말과 박사가 모른다고 하는 말은 맥락이 전혀 다르다. 학생의 모름은 호기심과 궁금함의 모름이지만, 박사의 모름은 인류가 아직 밝히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가리키는 모름이기 때문이다. “그건 아빠도 모르겠어.” 그 말 한마디를 아들에게 건네기 위해 인생의 여러 가지를 경험한다. 그 숱한 것을 두루 경험했기에 모르겠다는 말을 웃으며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보다 어린 세대에게 모른다는 말 한마디를 잘 하려고 먼 길을 돌아오는 게 인생 공부다. 

_256쪽, <에필로그> 중에서

진리의 세계에서 숨쉬는 과학, 수학을 인문학적 표현으로 일상으로 끌어오고자 노력한 책.

다년간 과학과 수학에 심취하며 깨달은 결과를 독자와 공유하는 책으로 인문학 전문가 특유의 표현으로 전달하고자한 시도가 인상적인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과학의 즐거움에 심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약간의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이라면 아마 앉은 자리에서 손떼지 못하고 단숨에 책을 끝까지 읽게 될 것 같다.

나 역시 화장실을 잠시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에 손을 떼지 못했다. 아마 과학이나 수학에 크게 관심없는 사람일지라도 적어도 초반 1장 정도는 흥미진진하게 빠져들지 않을까 싶다.

책이 재미있는 이유에는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주는데 있는 것 같다. 첫째로 작가가 다년간 어려운 지식들을 확실히 이해하고자 노력한 과정이 축약되어 우리에게 조금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 같고, 둘째로 작가가 인문학에 정통하기에 진리에 인접한 심오한 영역을 전달하는 능력에 있는 것 같다.

저자는 과학과 진리를 쉽게 이해시키려는 시도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얻은 깨달음도 공유한다. 인생과 닮은 부분이나 사람이 사회안에서 살아가며 행동하는 원리 또한 과학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삶과 엮는다.

이런 깨달음은 엄밀히 수학적으로 정의된 것들은 아니지만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대부분 사실이 아닐까 싶다. 또한 사실 여부를 떠나서 중요한 것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풍부하게 만들어 보다 나은 선택에 도움을 준다는데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꽤 방대한 과학과 수학의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저자의 전달력이다. 무한과 유한의 속성에 대한 통찰이 수록된 도입부는 이 책을 쉬지 않고 단숨에 읽게 만드는 좋은 포문이었다.

그 안에도 여러 주제가 등장하지만 에릭칸토어의 집합론과 무한급수 개념의 좋은 예인 제논의 역설 등이 그 예이다. 처음 제논의 역설을 접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분명히 틀린 것은 알겠는데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제논의 역설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보다 10배 빨리 이동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아킬레우스보다 거북이를 100m 앞에서 출발 시킨다. 아킬레우스가 100m를 달려가면 거북이는 10m를 가고, 거북이를 따라잡기 위해 아킬레우스가 10m를 가면 그동안 거북이는 1m를 나아간다.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따라잡기 위해 달리는 동안 거북이 역시 움직이므로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는 무한급수 개념이 정립되며 무한이 유한으로 바뀌며 해결된다. 0.9999…가 1과 같다는 것도 그 예이고 책에 등장하는 시각형 면적을 무한으로 더하는 예도 비슷한 예이다.

무한사각형

파이(π)가 무한한 과정으로 숫자가 이어진다고 해서 숫자 4보다 클 수 없는 논리와도 같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이런 흥미로운 사실들을 전달하는 난이도와 양에 있는데 책 지면 2페이지 안으로 모든 개념과 답을 일상의 언어로 서술하고 있어 이 정도면 스토리 빠른 전개를 추구하는 요즘 대중들의 요구를 사이다처럼 해소시켜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유사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그것도 영화나 소설처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비범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칸토어의 집합론도 마찬가지이다. 무한대끼리도 크기 비교가 어느정도 가능하다는 연속체의 농도(알레프) 개념을 이렇게 쉽게 설명하는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심지어 알레프나 농도라는 말은 책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자연수 1,2,3,4,…와 짝수 2,4,6,8,.. 집합은 둘 중 어느쪽이 클까?

상식적으로 자연수는 짝수와 홀수의 집합이 합쳐졌다 생각하기에 직관적으로는 두 집합이 같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미를 로즈라고 하든 ROSE라고 하든 정의 자체에 상관이 없는 것처럼 1을 t로, 2를 z로, .. 이런식으로 숫자를 원하는 다른 기호 혹은 명칭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즉, 자연수 집합을 2,4,6,8,…으로 표기해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인데 이를 통해 두 집합의 크기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한과 유한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리고 이산과 연속은 또 어떻게 개념적으로 얽혀있는 것인지? 어쩌면 무한을 유한으로 바꿔가는 과정이 우리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빛의 기본 단위를 광자로 이산화 시키고, 에너지의 기본 단위마저 끊어낼 수 있는 현대 과학의 진척처럼 말이다.

저자의 여행은 이후로도 계속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오일러의 공식이나 맥스웰 방정식도 소개된다.맥스웰 방정식

“몇제곱이냐?”를 의미하는 로그를 왕에게 제법 큰 보상을 받기위해 머리쓰는 농부의 예제에 빗대기도 한다. 첫날은 쌀 2톨 주시고 다음날은 4톨, …을 원한다고 할 때 10만 톨을 받기위해 필요한 날짜를 계산한다면 간단히 log2(10만)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된다.

사실 로그는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다. 괜히 수식 계산에 의미가 없는 형상 log라는 기호가 더해지면서 상징 기호를 하나 더 만든것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로그는 혼자 있을때는 별 것 없지만 둘 이상의 숫자를 비교하는 경우 큰 의미가 있다.

지수적 폭발에서 해방시켜주고 저자의 표현처럼 곱셈의 세상을 순간적으로 덧셈의 세상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2는 1이되고, 8은 3이 되니 효과가 작아보이지만 10억에 가까운 1073741824은 고작 30이 되니 천문학적인 세계에서는 엄청난 도구가 된다.

저자가 전달하는 삼각함수의 표현 역시 훌륭하다. 동그란 시계에서 시침만 있다 가정하고 그 바늘이 12시에서 1시가 되면 시침의 높이는 조금 줄어든다. 이렇게 3시, 6시 등을 거치며 높이는 1 ~ -1 사이를 움직이게 되는데 이 그래프가 바로 sin 함수가 된다.

이 sin 그래프의 순간 순간 기울기 즉, 변화율을 구한 미분값이 cos함수 그래프가 된다. 즉, sin을 미분하면 cos가 되는 셈이다.삼각함수

그 외에도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공간속의 속도가 빨라지니 그만큼 시간속의 속도는 줄어들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이나 인터스텔라에서의 예시와 같이 중력이 큰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등 어려운 과학 개념을 상식적인 사례, 간단한 실험, 예시 등으로 쉽게 전달하고 있어 적잖이 놀랐다.

또, 빛을 입자적으로 표현하면 광자라 칭하고, 파동으로 표현하면 전자기파라고 표현하며, 어떨때는 전자파라는 언어로 표현되어 인체에 해로울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다양한 과학적 표현들이 결국 빛 하나와 동일한 단어라 정리하는 시각에도 놀랐다.

단위와 정의를 확실히하여 개념으로 이어지고 속력과 속도의 단어 차이에 대해 비평하며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어 독자 상상속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줄여주는 온갖 시도는 독자로 하여금 순수한 진리 탐구의 재미를 향한 여행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10년전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책으로도 접하고 영화로도 접했던 나는 저자가 책에 담은 전율을 생생하게 느낀 또 하나의 독자이기도 하다. 갈릴레이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빅뱅 후 우주의 역사는 1년이라고 가정했을 시 겨우 1초의 시간이다.

겨우 그 1초의 시간안에 벌어진 과학의 대모험 중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 가릴 것 없이 굵직한 주제들을 250여 페이지 동안 여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텐데 저자는 일상의 언어로 충실히 해내고 있다.

정리하자면 저자가 책 말미에 표현했든 인생사 새옹지마인것 같다. 우연처럼 다가오는 일에는 항상 노력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로를 수포자로 단정짓고 운명처럼 혹은 우연처럼 다가오는 진리탐구의 재미와 벅차오름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너무 불행한 일이 아닐까? 그렇기에 수학과 과학에 전혀 관심 없는 독자일지라도 이 책만큼은 한 번 쯤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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