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 작가 다비드 칼리와
볼로냐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줄리아 파스토리노의 만남
차별 뒤에 숨은 이유 없는 편견의 벽을 기분 좋게 무너뜨리는 이야기
낯선 동네에 온 코끼리는 가는 곳마다 푸대접을 받습니다. 카페도, 신문 가판대도, 과일 가게도, 해수욕장도, 심지어 자전거와 공원 벤치도 코끼리에게는 허락할 수 없대요. 왜 안 되는지 이유도 알려 주지 않으면서요. 아무것도 못하게 된 코끼리는 급기야 게으름뱅이에 도둑이라는 누명까지 쓰고 맙니다. 어쩌다가 코끼리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었을까요? 코끼리만 안 된다고 한 데에 이유가 있기는 한 걸까요?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다비드 칼리의 신작은 차별과 편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단지 조금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코끼리를 보면 누구나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책 속의 코끼리를 나와 다른 피부색, 국적, 종교, 나이, 성별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떤가요? 나 자신이 코끼리를 거부하고 손가락질하는 입장이 되었던 적은 없을까요? 이 책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차별 뒤에는 이유 없는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동시에 이러한 편견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통쾌한 결말을 통해 증명하지요. 차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기에도 좋은 그림책입니다.
다양성의 시대, 나와 다른 낯선 이들과 함께 사는 법
오늘날 전 세계인이 공유하고 있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다양성입니다. 지역, 인종, 국적, 성별, 계급, 장애 등 어떤 기준에서든 서로가 가진 차이를 받아들이고, 각자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나와 다르거나 낯설다고 느끼는 타인에게는 차별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한빛에듀에서 나온 그림책 《코끼리는 아무튼 안 돼!》는 나와 다른 낯선 존재에 대한 차별 그리고 차별 뒤에 숨은 편견에 대해 돌아보고, 나와는 다른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말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다비드 칼리는 기존에 쓴 어떤 작품보다 단순하고 명쾌한, 우화 같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줍니다.
누구나 때로는 차별을 당하고, 때로는 차별을 한다는 사실
코끼리는 이제 막 도착한 동네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은 코끼리를 반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반기기는커녕 사사건건 코끼리는 안 된다고 거부를 하지요.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도 안 되고, 가판대에서 신문을 살 수도 없고, 바다에서 수영을 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한술 더 떠서, 자전거를 타거나 공원 벤치에 앉는 것도 안 된다고 하네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코끼리가 멍하니 앉아 있자 이번에는 게으름뱅이라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급기야 함께 다니는 작은 새마저 도둑질을 한 게 틀림없다는 이유로 재판정에 서게 되지요. 코끼리는 새를 훔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미 코끼리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들은, 코끼리가 거짓말을 한다고 여론을 몰아갑니다.
온통 코끼리에게 화살이 쏟아지던 그 순간, 갑자기 재판정에 큰불이 납니다. 사방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사람들은 놀라서 도망치지요. 하지만 코끼리만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코끼리는 물이 있는 곳을 찾은 뒤, 긴 코를 이용해 순식간에 불을 끄는 활약을 보여 줍니다. 그러자 사람들의 태도는 백팔십도로 바뀝니다. “역시 코끼리는 최고야!” 마치 처음부터 코끼리의 진가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칭찬을 하고, 온갖 친절을 베풀기 시작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코끼리는 바닷가에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환영받는 존재가 된 코끼리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드는 걸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사람들, 정말 이상해.’ 코끼리의 속마음을 통해 작가는 묻는 듯합니다. 우리는 이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가요.
차별과 편견을 넘어 타인을 향한 진심 어린 환대로
발달 단계상 유아는 자기중심성이 강해 나와 타인의 차이를 민감하게 알아차립니다.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틀리거나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요. 그런 아이들에게 나와 다른 타인이 존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서로 다르더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알려 주는 일은 중요합니다.
책에는 마을 사람들이 코끼리를 차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편견을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차이라면, 몸집이 자그마한 마을 사람들에 비하면 코끼리의 덩치가 아주 크다는 것 정도일 거예요. 하지만 책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코끼리를 배척하겠다며 한 목소리를 내던 마을 사람들이 알고 보면 저마다 다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검정 색깔도 저마다 다른 데다 누구는 다리가 짧고, 누구는 다리가 길고, 누군가는 팔이 없고, 누군가는 팔다리보다 머리가 더 크고, 누구는 뾰족한 부리를 가졌고…… 한마디로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지, 함께 어울려 지내다 보니 서로의 차이가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게 된 것뿐이지요.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편견과 차별을 넘어 나아가야 할 곳은 타인을 향한 진심 어린 환대의 자세입니다. 말처럼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은 목표이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나와 다른 타인을 만나 서로의 차이를 알아 가고 갈등을 해결하고자 할 때 비로소 성장합니다. 나와 비슷하거나 똑같은 이들과의 관계에 갇혀 있을 때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경험할 수 있지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어 타인을 환영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연다면, 아이가 경험하게 될 세상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어질 것입니다.
※교과연계※
2학년 1학기 국어 9. 생각을 생생하게 나타내요
5학년 2학기 도덕 5. 갈등을 해결하는 지혜
5학년 2학기 도덕 6. 인권을 존중하며 함께 사는 우리
6학년 2학기 사회 2. 통일 한국의 미래와 지구촌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