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인기 있는 주제 중에 하나로 고대 문명의 미스터리 같은 것들이 있다. 과학 기술이 부족한 옛날에 어떻게 그런 건축물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았는지, 그 자체가 신비함을 준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은 비슷비슷하다. 땔감 같은 연료가 필요하고, 마실 물, 씻을 물이 필요하고, 사람과 탈 것이 다닐 도로가 필요하다. 주거, 상업 등의 공간도 있어야 한다.
현재의 도시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각종 요소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우 중요하지만, 그 고마움을 우린 잊고 산다. 도로와 신호등을 보며, 감탄하지도 않고, 바로 켜지는 전등, 틀면 나오는 수돗물, 바로 연결되는 인터넷을 보고 대견히 여기거나 신비해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엄청난 불편에 빠지게 된다. 전기가 안 들어왔을 때의 불편과 혼란은 기본이다. 식수의 오염은 바로 질병을 야기할 수 있고, 통신 시설이 망가지면, 연락 뿐만 아니라 상업 경제 활동에도 치명적인 문제를 만든다.
그런 만큼 우리 도시를 이루는 각종 공학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가장 큰 공학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그레이디 힐하우스의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를 한 번쯤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에서는 도시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을 전력망, 통신, 도로, 다리와 터널, 철도, 댐 제방 해안 구조물, 상수와 하수, 건설 이렇게 8파트로 나눠 각각 설명하고 있다.
사실 대표 주제만 봐서 그리 재미있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시외로 놀러 가서 한 번쯤 접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보니, 적어도 생소한 느낌은 덜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 나온 설명들이 뭔가 와닿으며, 쉽게 느껴진다. 공학과 관련된 각종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전문적인 기술 내용은 피하고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재미있고 도움이 되는 정도로 다루고 있으므로 절대 어려운 책이 아니다.
게다가 동화 그림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주제별로 등장하는 큼직한 그림은 한 눈에 쏙 들어와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다. 책이 표지가 딱딱한 양장 재본까지 되어 있어, 읽는 내내 동화책 느낌이 계속 들었다.
내 경우 전기 관련 업체를 많이 만나서 그런지, 첫 파트인 전력망부터 재미있었다. 풍력 발전 경우, 쌩쌩 빠르게 회전하면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너무 느려도, 빨라도 안 되었다. 블레이드 끝이 바람 속력의 4 ~ 7배로 움직일 때 터빈의 효율이 높다고 한다.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 설명들이 쉽게 되어 있고, 여기에 윤신영 옮긴이가 이해를 더욱 돕기 위해 주석을 곳곳에 달아 주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와의 차이점 같은 것도 알 수 있었다.
책 뒤에 용어집도 따로 편성되어 있어 모르는 것을 다시 찾기에도 편리하다.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한다.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를 읽고 나면, 딱 이 말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길거리 전봇대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고 빙긋 웃게 될 것이다. 아파트 공사장을 보고, 장비와 크레인에 연결 방법도 눈에 들어 올것이다. 기지국의 안테나, 도로의 모양, 터널 위에 있는 환풍기 등이 보고 이 책에 나온 공학 이야기들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다. 아울러 책 속 '못다 한 이야기'를 통해서는 추가 설명도 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멋진 아이디어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철근 콘크리트 문제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고, 정지 궤도 위성을 찾는 법 등이 나온다.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에 나오는 다양한 기술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얼마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흔히들 자연 정복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자연 앞에 우리는 먼지와 같이 상대도 안 되는 존재다. 우리는 그저 자연을 달래고, 우회하며, 자연의 혜택을 이용하는 방법들을 찾아 온 것이라 생각한다.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책을 읽어 왔는데, 이렇게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와 같이 색다른 주제의 책을 읽으니 무척 신선하게 느껴진다. 달리 보면, 이것들이 개발과 완전 무관한 것들은 아니다. 일하다 보면, 생소한 분야도 접하게 되고,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이 책의 정보가 유연한 사고를 도울 수 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