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과 지적재산권법이 혁신을 후퇴시키고 있다!
2012년 8월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소송 1심 판결이 나오자 전 세계의 여론은 의외의 반응을 나타낸다. 미국의 국민기업인 애플을 지지하면서 삼성전자를 카피캣으로 비방하던 여론이 뒤바뀐 것이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은 이제 변모하여 특허를 무기로 혁신을 가로막고 경쟁사를 공격하는 악덕 기업으로,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법의 폐해에 대항하는 백기사의 이미지가 된 것이다.
나아가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소송은 특허법이 혁신을 촉진시키는가, 아니면 후퇴시키는가의 문제로 확산된다. <포브스>는 《모방의 경제학》의 저자 칼 라우스티아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애플 자신들도 지속적으로 남의 혁신을 베낀 모방자이면서 이제는 특허법을 이용해 경쟁자의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특허법이 혁신을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조품이 오히려 혁신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모방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기존 트렌드를 죽이도록 도와주며, 새 트렌드의 수요를 만들어내는 혁신 과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혁신을 보호하고 장려하기 위해서는 특허법과 지적재산권법 같은 법으로 혁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알아왔다. 그리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모순된 격언을 들어왔다. 모방과 혁신, 그리고 모방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조품이 혁신을 촉진시키고 있다!
백화점에서 골목 식당까지, 오늘날 우리는 어딜 가나 모조품과 마주한다. 베끼기가 성행하면 창작 의지가 꺾이고, 혁신은 사라지며, 결국 경제는 후퇴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입장이다. 과연 베끼기는 항상 나쁜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들은 베끼기가 만연해도 창작활동이 시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활발해질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모방의 경제학》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모방과 혁신의 문제에 접근한다. 저자들은 패션, 요리, 심지어 금융까지 베끼기가 대부분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창의적인 산업들을 탐구한다. 일부 창의적인 산업에서는 업계규범을 통해 사적인 제재를 가함으로써 베끼기를 규제한다. 또한 베끼기의 자유가 주어진 덕분에 오히려 신제품이 활발하게 창출되는 산업도 있다. 패션산업은 ‘짝퉁’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지만, 결과적으로 패션산업은 훨씬 창의적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모방의 경제학》은 특허법과 지적재산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산업을 통해 모방과 혁신 간의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국의 불법복제 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토렌트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모조품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여전히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이유도 제시한다. 특허법과 지적재산권법이 없어도 혁신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이들 법이 없는 편이 혁신에 더 유익하다는 것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