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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여가/책

비난과 이해 사이 - 퇴근길 인문학 수업 : 뉴노멀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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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

by 한빛

18,175

 

 

온라인 중고시장에서의 거래: 정보의 비대칭성

 

 

 

쫑이 엄마: 자기야, 곧 장마철인데 제습기 하나 살까?

쫑이 아빠: 기다려봐. 내가 중고마을에서 괜찮은 게 있나 찾아볼게.

쫑이 엄마: 거기 사기당하는 사람 많던데……. 그냥 대리점 가서 할인하는 거 있나 보자.

쫑이 아빠: 무슨 소리야~ 잘 찾으면 거의 새 제품을 절반 가격에 살수도 있는데. 잘 알아보고 사면 사기 안 당해. 걱정 마!

 

온라인 중고마을은 사기를 당할 확률이 높다는 쫑이 엄마와 괜찮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쫑이 아빠 중 누구의 말이 옳을까

 

 

 

레몬마켓과 피치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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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설명할 수 있는 ‘레몬마켓lemon market’과 ‘피치마켓’peach market’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미국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 Akerlof가 1970년에 발표한 논문 〈레몬마켓The Market for Lemons〉에 나온 이론이다. 애컬로프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장에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중고차시장의 수요와 공급으로 설명해 정보경제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애컬로프는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와 함께 이 이론을 발전시켜 2001년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했다.

 

미국에서 레몬은 불량품을 상징하는 속어로도 쓰인다. 과일은 자고로 껍질을 까거나 쓱쓱 닦아 한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 맛있어야 하는데, 레몬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소비자보호법이 레몬법(1975년 제정한 미국의 소비자보호법은 차량 및 전자제품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제조사의 교환·환불·보상등에 대한 책임을 규정해두었다. 정식 명칭은 매그너슨-모스 보증법Magnuson-Moss Warranty Act이다.)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복숭아peach, 즉 피치는 품질 좋은 상품을 상징한다. 복숭아는 제철에만 시장에서 볼 수 있어 굳이 애써고르지 않아도 맛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몬마켓은 불량품만 거래되는 시장을, 피치마켓은 가격 대비 고품질 상품이 가득한 시장을 말한다.

 

레몬마켓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경제 주체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중고차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고차시장에서 판매자는 팔려고 내놓은 중고차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차의 치명적인 결함도 모를 리 없다. 폭우로 엔진이 물에 잠긴 후 고속으로 달릴 때마다 핸들이 심하게 떨리는 상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고차를 보다 높은 가격에 팔고 싶은 판매자는 이 같은 결함을 숨기려 한다. 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구매자는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문제가 많은 중고차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시장에서 불량차를 구매해 큰 손해를 본 사람이라면 더 이상 중고차를 비싼 가격에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이 낮은 중고차를 찾는 구매자들이 많아질수록 중고차시장에는 질이 낮은 불량차만 모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중고차시장을 대표적인 ‘레몬마켓’이라고 한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 오히려 정보가 부족한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같은 보험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입자는 보다 싼 가격으로 보험을 들기 위해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과속하는 운전 습관, 허리와 목의 디스크 증상 등 보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가입 시 굳이 밝히지 않는다. 가입자의 이런 부분을 낱낱이 확인할 수 없어 보험사는 결국 보험 전체의 가격을 높이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존재하는 시장이 레몬마켓이라면, 이 문제가 해결된 시장이 피치마켓이다. 피치마켓에서는 어느 한쪽에만 정보가 쏠려 있지 않다. 정보는 모두에게 공개돼 있고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는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고, 판매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보다 질 좋은 상품을 적정한 가격에 제공하려고 애쓴다.

 

레몬마켓과 같이 질 나쁜 상품만 거래되는 시장은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에 피치마켓으로 진화하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다. 이를테면 중고차시장의 판매자는 ‘구입 후 3개월간 보증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구매자에게 신뢰를 얻으려고 한다. 이와 같이 갖고 있는 정보를 알리는 행위를 ‘신호발송signaling’이라고 한다. 반면 중고차시장의 구매자는 상대방의 감춰진 정보를 캐내기 위해 ‘자동차 가격의 5퍼센트를 더 지불할 테니 1년 동안 보증해줄 수 있는가?’와 같은 거래조건을 제시한다. 품질에 자신 있는 판매자라면 이 거래에 기꺼이 응할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할 것이다. 이와 같이 상대방의 감춰진 정보에 접근해가는 행위를 ‘선별screening’이라고 한다.

 

보험 시장에서도 가입자의 숨겨진 정보를 캐내기 위해 건강검진 내역을 요구하거나 자동차 사고 이력을 조회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보험사는 선별 작업을 거쳐 얻은 정보로 개인마다 차별화된 금액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시장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어떤 물건을 살까’에서 ‘어디서 살까’로

 

다시 쫑이 엄마 아빠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기당할 확률이 높다는 쫑이 엄마는 온라인 중고마을을 ‘레몬마켓’으로 보고 있고, 괜찮은 제품을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쫑이 아빠는 ‘피치마켓’에 가깝게 보고 있다. 쫑이 엄마 말대로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파는 제습기는 구매자 입장에서 제품의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파손된 부분이 있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가격이 싸다고 구입했다가 몇 번 써보지도 못하고 돈만 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쫑이 아빠 말대로 오히려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직접 만나서 물건을 확인한다든지, 판매자의 판매 이력을 살펴보는 등 정보를 캐내는 ‘선별’ 작업을 거쳐 좋은 물건을 가려낼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온라인 중고시장은 개인 간의 거래에서도 에스크로escrow 서비스(구매자가 물건값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제3자에게 보관했다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되면 은행에서 판매자 계좌로 입금하는 결제대금 예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사기당할 위험을 덜어주고 있다. 

 

이제 ‘어떤 물건을 살까’보다 ‘어디서 살까’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졌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SNS 활동 인구의 증가는 온라인 시장의 다양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 급부상한 ‘세포마켓’도 이런 환경을 반영한다. 세포마켓은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열리는 ‘1인 마켓’이다. 유통시장이 세포 단위로 분할한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인기 유튜버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온·오프라인 시장 중 어디에서 살지 결정하게 만드는 요인은 역시 ‘정보’다. 여기에서 정보는 제품의 성능, 품질은 물론이고 서비스, 가격까지 포함한다. 정보가 무한 생성되기 때문에 좋은 정보를 선별하는 일은 즐거움을 넘어 때론 고통을 주고 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시장이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선호하는 사람은 투명하고 검증된 정보에 가치를 둔다. 정보의 선별을 본인이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은 소비자는 세포마켓에 매력을 느낀다. 스스로 정보를 검증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중고시장부터 해외 직구시장까지 비교하며 최종 선택을 한다. 선택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선택에 따라 크고 작은 위험risk이 따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해외 직구족: 소비자 잉여, 생산자 잉여

 

 

경이 엄마: 우리 딸은 웬만한 건 해외 직구로 사더라고. 그렇게 사야 싸다나?

준이 엄마: 우리 아들도 그래. 비타민부터 시작해서 TV까지 필요한건 다 해외 직구해.

경이 엄마: 그러게 말이야. 젊은 애들이 물건을 해외 직구로 다 사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떻게 돈 벌어. 다 망하게 생겼어.

 

해외 직구를 즐기는 경이와 준이는 정말로 우리나라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걸까?

 

 

 

해외 직구와 소비자 잉여

 

국경 없는 쇼핑의 시대가 되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해외에 나가면 이것저것 사오기 바빴다. 심지어 주변인에게 부탁받은 물건까지 사서 나르느라 두 손이 부족했다. 주로 그 나라에만 파는 제품이거나 한국보다 싸게 파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중국에서 파는 로봇 청소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심지어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터치 몇 번만 하면 이태리 명품 브랜드의 셔츠를 일주일 안에 내 옷장 안에 걸어둘 수 있다. 그 나라의 세일 기간과 겹치면 배송비와 관세를 더해도 우리나라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

 

해외 직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를 ‘소비자 잉여’ 이론으로 풀어보자. 소비자 잉여는 경제 후생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소비자 잉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기본 개념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 ‘수요’란 구매자가 가격에 따라 물건을 얼마나 구매하려고 하는지에 관한 의지와 능력을 나타내고, ‘공급’은 판매자가 가격에 따라 물건을 얼마나 제공하고자 하는지에 관한 의지와 능력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구매자는 가격이 낮을수록 많이 사려고 한다. 따라서 수직축에 가격을, 수평축에 수량을 둔 그래프로 나타낼 때 수요곡선은 [그림1]처럼 가격에 반비례해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공급자는 가격이 높을수록 더 많이 팔려고 한다. 따라서 공급곡선은 가격에 비례해서 우 상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의 가격을 균형가격, 수량을 균형거래량이라고 한다. 균형가격에서는 구매자가 사고자 하는 욕구가 판매자가 제공하고자 하는 욕구와 일치한다. 일반적으로 균형가격은 시장가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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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가 즐겨 사는 ‘미국 B브랜드 립스틱’ 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B브랜드 립스틱의 국내 수요와 국내 공급을 나타내는 곡선은 [그림 2]와 같고, 이 립스틱은 균형가격인 ⓒ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이 립스틱을 위해서 [그림 2]의 별(★)만큼의 가격을 지불할용의가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이 사람은 ⓒ의 가격으로 립스틱을 살 수 있으므로 별(★)에서 ⓒ를 뺀 만큼, 즉 선분 ‘가’와 ‘나’의 길이만큼 이득을 본 셈이다. 또 다른 사람은 이 립스틱을 위해서 하트(♥)만큼 지불할 용의가 있다. 이 사람도 하트(♥)에서 ⓒ를 뺀 만큼 즉 선분 ‘다’와 ‘라’의 길이만큼 이득을 보았다. 이와 같이 구매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에서 실제 구매한 금액을 뺀 값을 모두 더한 것이 ‘소비자 잉여’다.

 

[그림 2]에서 수요곡선을 따라 무수히 많은 ‘가’와 ‘나’, ‘다’와 ‘라’ 같은 선분을 모두 더하면 ‘삼각형 ⓐⓑⓒ’의 면적이 된다. [많은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낳고 있는 적분의 개념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론을 증명할 때 미분과 적분, 지수와 로그, 수열, 확률과 통계와 같은 수학 개념을 사용한다.] 따라서 ‘미국 B브랜드 립스틱’ 시장의 ‘소비자 잉여’는 ‘삼각형 ⓐⓑⓒ’의 빗금 친 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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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수입사를 통해서만 ‘미국 B브랜드 립스틱’을 구입해왔는데, 이제 온라인 해외 직구가 자유로워져 더 다양한 루트로 살 수 있게 됐다고 하자. 이것은 같은 가격에서 립스틱의 공급량이 전보다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급곡선은 [그림 3]에서와 같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이제 시장가격은 수요곡선과 새로운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에서의 새로운 균형가격인 ⓔ로 내려간다. 해외 직구가 가능해지게 되니 상품을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해외 직구 전과 후의 소비자 잉여는 어떻게 변했을까? 별(★)만큼의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은 이제 ⓔ의 가격으로 립스틱을 살 수 있으므로 별(★)에서 ⓔ를 뺀 만큼 이득을 보게 된다. 해외 직구 전보다 ⓒ에서 ⓔ를 뺀 만큼의 추가 이득이 발생한 셈이다. 따라서 해외 직구 후의 소비자 잉여는 ‘삼각형 ⓓⓑⓔ’의 면적으로 종전보다 ‘사각형ⓐⓒⓔⓓ’의 면적만큼 증가했다. 이처럼 해외 직구로 소비자 잉여가 증가했다는 것은 전보다 소비자들의 생활이 윤택해졌음을 뜻한다. 해외 직구족이 점점 늘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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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구와 생산자 잉여

 

그렇다면 생산자, 즉 국내 기업은 어떨까? 경이와 준이 엄마의 걱정처럼 해외 직구족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어려워지고 있을까? ‘국내 브랜드 화장품 시장’을 예를 들어보자. 국내 화장품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나타내는 곡선은 [그림 4]와 같고, 화장품은 균형가격인 ⓒ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생산자는 [그림 4]의 동그라미(●)만큼의 가격을 받고 화장품을 제공할 용의가 있음에도 ⓒ의 가격으로 팔 수 있어 ⓒ에서 동그라미(●)를 뺀 만큼, 즉 선분 ‘가’와 ‘나’의 길이만큼 이득을 본다. 또 네모(■)의 가격을 받고 팔 용의가 있음에도 ⓒ의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에서 네모(■)를 뺀 선분 ‘다’와 ‘라’의 길이만큼 이득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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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상품 공급자가 실제 받은 금액에서 공급할 용의가 있는 금액을 뺀 값들을 모두 더한 것이 ‘생산자 잉여’다. 소비자 잉여의 경우처럼 [그림 4]에서 공급곡선을 따라 무수히 많은 ‘가’와 ‘나’, ‘다’와 ‘라’ 같은 선분을 모두 더하면 ‘삼각형 ⓐⓑⓒ’의 면적이 된다. 따라서 ‘국내 화장품’ 시장의 ‘생산자 잉여’는 ‘삼각형 ⓐⓑⓒ’의 빗금 친 면적이다.

 

해외 직구 덕에 중국이나 일본에서 국내 브랜드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자. 이것은 같은 가격에서의 수요량이 전보다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요곡선은 [그림 5]에서와 같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이제 시장가격은 공급곡선과 새로운 수요곡선이 만나는 점(ⓓ)에서의 균형가격인 ⓔ로 올라간다. 해외 직구 전에 중국이나 일본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브랜드의 화장품을 ⓔ보다 높은 가격에 샀거나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다. 화장품 가격이 올랐지만 이런 해외 구매자들 덕에 오히려 수요량은 더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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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해외 직구 후의 생산자 잉여도 소비자 잉여처럼 증가했을까? 동그라미(●)만큼의 가격을 받고 화장품을 제공할 용의가 있음에도 ⓔ의 가격으로 팔 수 있으므로 공급자는 ⓔ에서 동그라미(●)를 뺀 만큼의 이득을 보게 된다. 종전보다 ⓔ에서 ⓒ를 뺀 만큼의 추가 이득이 발생한 셈이다. 따라서 해외 직구가 가능하게 된 후의 생산자 잉여는 ‘삼각형 ⓓⓑⓔ’의 면적으로 종전보다 ‘사각형 ⓐⓒⓔⓓ’의 면적만큼 증가했다. 해외 직구 활성화는 소비자들뿐 아니라 생산자들의 후생도 좋게 만들었다.

 

 

해외 직구 활성화의 득과 실

 

해외 직구로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경이와 준이 같은 해외 직구족이 우리나라 기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해외 직구 활성화가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득인지 실인지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위의 예시와 같이 해외 직구 활성화로 해외 구매자가 늘어 이득을 보고 있는 국내 기업이 있을 것이다. 반면 해외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해외 직구 덕에 구매자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이 감소해 손실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 또 일부 수입 유통업체도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 증가로 수익이 줄어드는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반면 해외 직구 대행업체와 해외 직구 관련 콘텐츠 업체처럼 새롭게 이익을 보는 집단도 생겼을 것이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이와 준이처럼 해외 직구로 전보다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 잉여가 증가한 경우도 있지만, 국내 상품을 즐겨 쓰던 소비자는 해외 수요 증가로 늘 사던 상품의 가격이 올라 오히려 소비자 잉여가 감소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해외 직구가 그 나라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각 나라의 산업구조를 따져보아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경제적 유인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막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상품의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해외 직구 시장에서 눈빛을 반짝이는 소비자들에게 애국심을 거론하며 국산 브랜드를 사도록 유도하기란 쉽지 않다. 이보다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해 국경 없는 시장에서도 굳세게 살아 남아주기를 기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표준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

퇴근길 인문학 수업 : 뉴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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