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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모바일

2001년 자바 총결산,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장"(1)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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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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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7,517

저자: 이아스님 다사다난의 상징처럼 자리잡을지도 모르는 21세기의 진정한 출발, 2001년. 자바는 그 격랑의 틈바구니속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일본 현지의 생생한 소식과 함께 전할 평범한(?) 개발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제 1부 - 황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 2001년 1월말, 일본에서는 NTT가 최초로 모바일 자바 서비스를 시작했고, 후지츠와 파나소닉이 각각 만든 F503s, P503s이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세계 최초의 기록까지 따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한국의 LGT가 그보다 조금 앞선 2000년 말에 키티호크라는 기술에 기반한 모바일 자바 서비스를 시작했었고, 대응 기종은 아주 넓고 거울같이 맑은 액정화면을 자랑하는 아이북(i-book)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TT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단지 회사 자체의 세계적 규모뿐만은 아닙니다. 일명 아이아프리(i-appli) 서비스의 형님격인 아이모드(i-mode)가 2천만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무선 인터넷에 익숙해져있고, 따라서 단순히 컨텐츠를 보기만 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더욱 인터렉티브한 사용의 길로 나아갈 잠재인구도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이아프리를 지원하는 503기종은 불티나듯 팔려갔습니다. 아이모드를 지원하는 기종의 판매속도를 훨씬 앞지르며, 대강 아이모드의 2배의 성장속도로 모바일 자바 사용자는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과연 503을 샀다고 해서 자바를 쓰는 것일까요? 약 1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것은 "이제 겨우 사용하기 시작했다"입니다. 하긴 아이모드도 약 1년이 걸려 대중화를 이루었으니, 무리도 아니지요. 아이아플리의 10킬로바이트라는 기상천외한 용량 제한과 9.6kbps라는 90년대초 모뎀정도의 전송 속도는 시작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내년부터는 30킬로바이트와 14.4kbps로 올라간다고는 하는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아이아플리의 좌절스런 일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제이폰(J-PHONE)입니다. 거의 80킬로바이트에 가까운 용량과 게임에 특화된 강력한 라이브러리, 환상적인 3D기능, 게다가 MP3 플레이까지, 현재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탑재한 핸드폰이 내년 1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65536색 TFT, SD메모리카드 입출력, 30만화소급 디지탈 카메라까지, 도대체 이 핸드폰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인데, 보통의 503기종의 3만엔대보다 싼 2만엔대로 출시된다면 아무리 용가리 통뼈라는 NTT도코모도 그냥 좌시하기만은 힘들 인기를 구가할 것입니다. NTT와 제이폰의 싸움에 다소 불쌍하게 된 것은 에이유(AU)입니다. 물론 에이유도 자바 서비스를 시작하고 지원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별로 내세울만한 특징도 없이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제 겨우 GPS기능으로 뭔가 승부를 걸어볼려고는 하지만... 글쎄요, GPS가 그렇게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리고도 그런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지요. 더우기 실시간 지도 갱신이 부드러울만큼 핸드폰의 화면과 처리속도는 빠르지 않다는 것도 골치 아플겁니다.) 아무튼 일본의 3대 이동통신사가 모두 자바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에서, 올해가 마감되도록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누가 반성하고 누가 시정해야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잘못은 있었을 겁니다. 제한적인 플랫폼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뭔가 독특하면서도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게임는 늘 미니미니했고, 인터넷 관련 도구는 장난감같았으며, 다들 뭔가 보여줄 듯 싶다가도 금방 꼬리를 내립니다. 어찌보면 "뭘 더 바라나?" 라고 둘러대는 듯 내빼지요. 올 한해는 마치 시운전같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단말기 제조사들도 꽤나 정신을 차렸을 겁니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엄청난 리콜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지만, 여전히 가장 좋고 가장 잘 팔리는 503 단말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바를 처리하는 칩자체의 성능도 점차 향상중이고, 사용자들의 애플리케이션 조작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결전은 내년부터로 보입니다. 일본은 내년부터 유선 네트웍 게임의 세계가 열리는데, 이에 발맞춘 무선 네트웍 게임이나 컨텐츠의 혁신이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또한 비게임 분야에서도 더욱 핸드폰에 밀착된 하이엔드 유저용 애플리케이션이 대박을 향해 질주할 것입니다. 개발자들사이에서도 열기는 뜨겁습니다. 근 1년만에 자바 서적의 대다수를 차지해버린 아이아플리 관련 책들 하며, 아이아플리 정보 사이트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발맞추어 제이폰의 개발환경 공개는 다시 한번 샤메루(샤싱(일본어로 사진)+메루(일본어로 메일)의 합성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메일을 보내는 서비스)로 만년 3위에서 당당히 AU를 누르고 업계 2위에 올라선 제이폰에게 감히 "업계 1위"를, 아니 적어도 NTT와의 간격을 좁혀줄 기폭제로 작용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상 큰 이변이 없는 한 장미빛 미래가 펼쳐진 일본의 모바일 자바 시장은, 묘하게도 브루나 여타 플랫폼이 전혀 힘을 못쓰고 있다는 현실의 반증입니다. 유난히 IBM, 썬과 같은 외국계 기업에게는 호의적이면서도, 같은 외국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는 무척 박하게 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일본의 국민 PC였던 NEC를 처참한 몰락의 길로 인도한 것이 MS 윈도우즈여서 그랬는지, 일본 게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세 등등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엑스박스(X-BOX)가 일본 게임 메이커의 자존심인 세가의 게임기 시장 철퇴를 부추겨서였는지, 글쎄 지켜봐야 알겠지만요. 퀠컴의 입지가 약한 것 또한 일본의 특수한 상황입니다. 사실상 미국과는 따른 또하나의 표준을 구축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자동차 도로의 방향이 영국과 같은 왼쪽이라는 것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유럽지향적" 모습이 역력합니다. 한국이 서양문화적으로는 미국쪽에 가깝다고 할 때, 일본은 무척 유럽적인 분위기가 풍깁니다. 아무래도 미국에게 패전한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우리에게 극일정신이 잠재해있다면, 일본에는 극미정신이 숨어있습니다. 일본의 자바 개발자에게도 은근하게 느낀 점은 바로 "언젠가는 자바의 패권도 미국에서 가져오겠다."는 야심찬 각오였습니다. 전자 기술의 시작은 미국이 했었지만, 지금은 소니와 파나소닉과 같은 일본 회사가 전세계를 아우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제 2부에서는 이런 일본의 분위기를 뒤로 하고, 과연 한국에서는 어떤 모바일 자바 세계가 열렸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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