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주변에 있다.
굳이 묵직한 VR 안경을 쓰고
가상현실에 입장하지 않더라도,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경계가 흐려지는
모든 순간이 메타버스다.
인스타그램의 증강현실 필터로
머리에 꽃 장식을 하고,
QR 코드로 음식점의 메뉴를 열어보고,
<포켓몬 GO> 게임을 즐기는
그런 일상적 순간까지도 말이다.
페이스북은 ‘메타(Meta)’로 사명을 변경하며
메타버스에 대한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었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어도비,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다투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위한 뼈대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메타버스를
설명하거나 메타버스의 잠재력이
실현된 사회를 전망하는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메타버스가 어떻게 설계되는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일
이주민을 어떻게 정착시켜줄 수 있는지에
대해 논하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학자와 연구진,
혁신을 꿈꾸는 기업들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해왔다.
어떤 기술은 혁신으로 불릴 만큼 우수했지만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고,
어떤 기술은 사용자 경험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야만 했다.
메타버스는 차세대 기술의 장악을 노리는
어느 기업의 영향력만으로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SF 영화나 소설로 담아낸 인간의 상상력,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해
정신세계의 확장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사회적 장벽을 뛰어넘어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연대 의식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우주를 계속해서 키워왔다.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대의
문턱에 서 있는 지금이야말로
사용자의 관점을 적용해
확장현실 기술을 분석하고
메타버스의 설계를 고민해볼 적기다.
사용자 경험(UX)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 개발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사용자 경험은 기술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설계해
디지털 경제의 성공을 이끈 핵심 영웅이다.
사소해 보이는 버튼 하나의 위치,
콘텐츠를 소개하는 순서,
화면 전환의 구성 등 화면에 띄워지는
어느 것 하나 사용자 경험의 고민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많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것은
단지 그들이 통제력이 부족하거나
의지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사용자 경험이
사용자의 욕망을 섬세하게 채워주고
특정 행동들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웹과 모바일 앱 경험의 최적화를 향해
달려온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이제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으로
업무의 일부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성숙도에 도달했다.
대신,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사용자 경험의 윤리성과 책임감 있는 디자인에 쏟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메타버스가
사용자 경험의 차세대 도전 과제로
지목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사용자 경험은 지난 10여 년간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이끌며
지식과 노하우를 단단하게 축적해왔으며,
이 경험을 통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매트릭스의 설계자로서 갖추어야 할
성숙된 관점과 책임감 있는 태도도 획득했다.
주로 손가락이나 음성 입력으로 이루어졌던
한 뼘의 평면 화면 위 상호작용으로부터
무한한 규모의 공감각적 공간 속에서
온몸의 움직임과 시선이 활용되는
몰입형 상호작용으로의 도약은 엄청나다.
특히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라면
이 도약이 암시하는 업무의 확장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담감을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정확히 그런 이유로 우리는
그 어느 곳에서 보다 바로 메타버스에서
사용자 경험의 건강한 철학과 단단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부주의하게 설계된 메타버스 경험은
화면이 멈추고 버튼이 먹통이 되는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메타버스에 관한 기존의 도서 대부분이
마치 어느 소문난 맛집의 인기를 묘사하고
요리의 맛을 찬양하는 셈이라면,
최근 출간된 <메타버스를 디자인하라>는
그 맛집의 주방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요리에 쓰인 재료를 소개하고,
특별한 맛과 식사 경험을 창조해낸
주방장의 성공 비결뿐 아니라
지난 시도와 실패까지 낱낱이 분석한다.
<메타버스를 디자인하라>의 저자 코넬 힐만은
메타버스계의 베테랑 요리사로서
자신만의 비밀 레시피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다.
저자는 사용자 경험의 기본적인 설계 절차를
메타버스 개발 맥락에서 재해석함으로써
훌륭한 메타버스 입문 참고 자료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메타버스의 윤리적 문제와 사용자 경험의
역할에 대한 질문까지 함께 제시하며
독자를 메타버스 개발의 세상으로 친절하게 온보딩한다.
안식년에 이 책을 만난 것은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었다.
사용자 경험 리서처로 5년여간 일해오다 번아웃이 찾아왔었다.
디지털 전환이 추상적인 사회학적 개념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의 속도와 내가 속했던 산업의 변화,
노이즈 가득한 사용자 연구 데이터로 나타났고,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은 이 모든 것을 가속화시켰다.
혼란 끝에 도망치듯 안식년을 가졌다.
히피 문화부터 SF 소설까지
메타버스에 영향을 준 다양한 문화적 현상,
롤러코스터와 같은 굴곡진 가상현실 기술의 발달사,
디자이너의 판타지처럼 들릴 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인
확장현실 관련 설계 도구에 이르기까지
저자와 함께 메타버스의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자니
마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웹과 모바일의 프레임을 통해
친숙하게 다뤄왔던 사용자 경험을
메타버스라는 낯설고 새로운 무대 위에 올려놓고
재조명하니 사용자 경험의 장기적 가치와
사용자 경험 실무자의 역할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설령 메타버스 개발로 전향할 생각이 없는 디자이너에게도
이 책이 신선한 영감이 되어 디자이너로서의 관점을 확장시켜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주원 테일러*]
샌프란시스코 거주 9년 차인 사용자 경험 리서처.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대학교(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광고 전략 석사 학위를 졸업한 후 여행 상품 서비스 플랫폼 익스피디아(Expedia)와 온디맨드 헬스테크 스타트업 알토 파머시(Alto Pharmacy)에서 시니어 사용자 경험 리서처로 근무했다. 미국에 이주하기 전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와 경영학을 전공하고, 브랜드 전략가로 활동했다.
현재 브런치(brunch.co.kr/@creativejuwon)와 인스타그램(instagram.com/juwon.kt)을 통해 사용자 경험, 해외 커리어, 심리에 관한 에세이를 작성해 공유하며 사용자 경험 리서처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멘토링도 진행한다.
가상현실 기술의 변천사부터 관련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실제 가상 공간 구현을 위한 전략과 도구까지.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가상현실 공간과 사용자 경험(UX) 대한 보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하기 책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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