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열고 바라본 사진들
당신은 이 사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만약 당신이라면 이 장면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이 사진은 어떤 카메라로 찍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본 사진들은 모두 이른바 똑딱이라고 불리는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똑딱똑딱 찍힌다고 "똑딱이"라 이름 붙여진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똑딱이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손쉽게 촬영할 수 있어서 사진 촬영의 대중화를 이끈 혁명적 변화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DSLR이 대중들 앞에 등장하면서 간편하게 찍히는 똑딱이는 어느새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사람들의 카메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멋진 풍경이나 소중한 순간을 담아내는 "좋은 카메라"로서의 기능은 외면당하고 만 것이다.
값비싼 카메라와 렌즈가 사진 찍는 사람들의 신분이 되고 사진의 내공이 되어버린 요즘. 똑딱이로 찍어서 잘 나온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똑딱이 좋아졌네" 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좋지 않은 사진을 보면서는 ‘똑딱이가 다 그렇지’ 하고 말 뿐이다.
과연 우리는 이 똑딱이 카메라를 얼마나 알고 어디까지 써 봤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나는 흔히 말하는 똑딱이 유저이다.
지난 2년 동안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고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존재를 비롯하여 내가 찍은 사진들까지 무시당하는 경험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가진 고가의 장비로도 찍지 못하는 나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나는 카메라나 렌즈 같은 장비가 아닌 사진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똑딱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차원의 사진 생활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모든 것은 사진의 결과물로서 말하면 된다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 사진 생활을 해 왔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똑딱이로도 못 찍을 사진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전문 사진 작업이 아닌 취미 생활이나 일상이라는 틀에서 똑딱이라서 못 찍는 사진은 없다.
"나도 저 곳에 가면 당신과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순간이 단 한번이라도 똑같은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준 적이 있던가? 그들이 말하는 운조차도 "그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만 주어진 능력이고 실력인 것이다.
자신만의 카메라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해 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실력에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결과물은 카메라 탓으로 돌린다. 다른 사람의 좋은 사진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들은 단 한 번도 똑딱이라는 카메라로 정성들여 촬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똑딱이가 카메라가 아닌 똑딱이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유저들 스스로 똑딱이로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부터 그동안 내가 똑딱이로 담은 사진들을 펼쳐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통해 여러분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사진은 좀 멀어 보인다.
주변 배경과의 조화 속에서 주 피사체를 부각시키기 위해 광각으로 넓게 찍기 때문이다.
피사체로 배경을 알 수 있고 배경으로 피사체를 가늠할 수 있는 사진.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하나의 사진 속에 온전히 담겨지는 것.
이게 바로 내 사진이다.
내 사진을 찍기 위한 나만의 작은 노력인 것이다.
아직도 나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똑딱이조차 나에게는 과분한 카메라가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