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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디지털라이프

팀 오라일리가 말하는 인터넷 운영체제(2부) : 인터넷 플랫폼 전쟁의 귀추 점치기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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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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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22,442

제공 : 한빛 네트워크
저자 : Tim O"Reilly
역자 : 정향, 7년차 영어 교재 편집자 @niangii
원문 : State of the Internet Operating System Part Two: Handicapping the Internet Platform Wars

이 글은 "인터넷 운영체제 현황"이라는 내 글의 제2부이다. 제1부를 읽지 않았다면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읽기 바란다.

내가 지난 달 글에서 썼던 바와 같이, 인터넷은 그저 하나의 플랫폼이 아니라 운영체제가 되어가고 있다. 클라우드 서브시스템(연산, 저장,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위치, 신원 확인, 소셜 그래프, 검색, 결제에 이르는)에 대한 각종 디바이스(PC, 휴대폰, 기타 개인용 전자제품 등)의 접근을 관리하는 운영체제를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PC 시대에 목도한 것 같은 독점이 가능할 만큼 개발자에게 매력적인 단일한 수직통합 플랫폼을 단일 기업이 만들어낼 수 있느냐, 아니면 인터넷 자체가 그렇듯 여러 공급자의 서비스가 열린 표준을 통해 수평통합될 것이냐이다.

여러 경쟁업체가 인터넷 운영체제의 왕좌에 오르기 위해 힘을 겨루고 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VM웨어가 모두 건실한 개발자 생태계를 갖춘 신뢰도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개별 솔루션에는 강하면서 완전한 운영체제는 갖추지 못한 경쟁업체도 있다. 알파벳 순서로 하나하나 따져 보자.

아마존(Amazon)

2006에 S3(Simple Storage Service)와 EC2(Elastic Compute Cloud)를 도입한 아마존은 대소규모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인 사업 모델을 갖춘 범용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최초로 공급하여 컴퓨팅 세상을 전율시켰다. 개발자 도구 및 시스템 관리 도구 공급업체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했다.

라이트스케일(RightScale)과 같은 기업들은 고수준의 관리 프레임워크를 공급한다. 엔진야드(EngineYard)헤로쿠(Heroku)는 루비 온 레일즈(Ruby on Rails) 기반 스택을 공급하는데, 이것은 친숙한 웹 도구를 통해 쉽게 아마존 백엔드에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우분투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Ubuntu Enterprise Cloud)유칼립투스(Eucalyptus)는 아마존 호환 솔루션을 공급한다.

랙스페이스(Rackspace), 테어마크(Terremark), 조이엔트(Joyent), 고그리드(GoGrid), 앱넥서스(AppNexus) 등 여러 경쟁업체들이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공급에서 아마존과 호각을 이루고 있다. 이들 공급자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서비스와 비교하여 그 성패를 점치는 분석가가 많다. 그러나 클라우드 인프라 공급자끼리만 서로 비교한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PC 운영체제 전쟁의 귀추를 예측할 때 IBM, 컴팩, 델을 비교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빼놓는 것과 비슷하달까. 하드웨어가 왕이었던 시대는 지나고 경쟁은 이미 한 수준 높아져 있지 않았던가.

인터넷 운영체제의 핵심 서브시스템은 저장과 연산이 아니다. 그 정도는 게임에 끼기 위한 판돈에 불과하다. 결국 플레이어 간의 차별점이 되는 것은 데이터 서브시스템이다.

데이터는 확보가 어렵고 유지 비용도 많이 든다. 애플리케이션이 쓸 만한 실시간 성능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데이터를 알고리듬적으로 전송하는 영역에 도달한 기업은 아직 몇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아마존은 경쟁우위가 되는 세 가지 주요 서브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미디어(특히 책, 음악, 동영상)에 대한 접근성, 사용자 작성 상품평·별점·구매 정보가 담긴 막대한 데이터베이스, 수억 개의 결제 계좌가 담긴 원클릭 데이터베이스다. 지금으로서는 그 중 하나인 결제만이 웹 서비스(아마존 플렉서블 페이먼트 서비스 Amazon Flexible Payment Service) 형태로 전환되어 있는 상태다.

아마존은 인터넷 결제에서 일찌감치 선두에 섰음에도 너무 오랫동안 자사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경쟁 우위를 위해서만 사용했고, 최근에서야 개발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범인터넷 서비스로 전개하였다. 그러고도 아직 모바일 결제에서는 큰 존재감이 없다. 아마존은 전자책 판매를 위한 자체 디바이스 킨들을 보유하고 있고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용 전자상거래 앱도 보유하고 있으나, 이 앱들은 아마존의 매상 제고에는 위력적일지 모르나 서드파티 개발자에 대한 지원 면에서는 좋을 것이 없다. 오히려 이 앱들은 아마존에 기반한 모바일 전자상거래 생태계의 발달에 방해가 될 것이다. 잠재적 전자상거래 개발자들에게는 아마존이 가장 큰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미디어 데이터베이스를 자사의 독점적 전자책 디바이스인 킨들에 대한 백엔드로 이용하는 것은, 내가 다른 글에서 "웹 제패전"이라 표현했던 것의 한 전선, 즉 기업의 백엔드 서비스에 선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용 프론트엔드 디바이스 사용의 일례이다. 애플과 구글은 이런 면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범용 스마트폰이 자사 플랫폼에 대한 디바이스 프론트엔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발빠르게 킨들 소프트웨어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적용했으며, 매력적인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기에 전용 디바이스 사용의 중요성이 그리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

그 외에 주목할 가치가 있는 아마존 서비스는 미캐니컬 터크(Mechanical Turk) 서비스와 주문처리 웹 서비스(Fulfillment Web Service)이다.

개발자들은 미캐니컬 터크 서비스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간단한 일거리를 맡길 수 있다. 이것은 알고 보면 매우 강력한 기능이다. 데이터 정제, 메타데이터 관리, 크라우드소싱 실패 구제 등 그 활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만으로는 할 수 없고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거리는 많다. 나는 늘, 모든 웹 2.0 애플리케이션은 사실 사람 사용자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대부분 한 가지 분야에 그치는 한편, 미캐니컬 터크는 사람에게는 쉽지만 컴퓨터만으로는 하기 어려운 작은 일거리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선도적인 범용 플랫폼이다.

아마존의 주문처리 웹 서비스도 잠자는 사자로, 사람들이 아직 그 의의를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내 눈에는 폰 기반 전자상거래가 비실물 상품에서 실물 상품으로 옮겨가는 미래가 보인다. 지금에도 음악, 애플리케이션, 전자책, 영화, 게임을 폰 상에서 판매하는 데는 거대한 사업이 존재한다. 폰 상에서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데서는 더욱 큰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아마존은 프로그램으로 운용되는 주문처리 서비스를 실제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 공급자이다. 이것은 극히 중요한 점이다.

아마존의 약점: 검색(A9과 알렉사의 검색 기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기능을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가격(무료)로 지원하거나 확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없다), 광고, 위치 서비스, 음성 인식, 소셜 그래프. 아마존은 몇 개 분야에서는 매우 강력한 패를 들고 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가진 것이 거의 없다.

아마존은 또한 재정 면에서도 빅3 경쟁업체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약하다. 제프 베조스는 이것이 알고 보면 강점이라고 주장한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핵심 사업인 소매업이 특히 마진이 낮은 사업임을 몇 번 강조한 바 있다. 이 힘든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게 된 아마존에게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더 나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상품 시장에 겁을 먹지 않습니다. 우리는 상품 시장 전문가니까요. 기술 기업은 대부분 마진이 35~40퍼센트지만, 우리는 마진이 그렇게 높았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이런 발상은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의 상품 계층에만 해당한다. 독점이 가능한 데이터 서브시스템 분야의 수익성이 실로 엄청날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애플(Apple)

몇 년 전만 해도 모두들 업계의 빅 매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극복해야 할 대상은 애플이 되었다. 18만 5천 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된 아이폰 앱스토어는 웹 그 자체에 필적하는 새로운 정보 및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애플은 아마존 식의 클라우드 호스팅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로컬 게임을 제외하면 아이폰 앱 대부분이 인터넷 기반 서비스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앱 자체가 웹 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인터넷 운영체제 서브시스템은 미디어(아이튠즈 스토어), 애플리케이션 호스팅(앱스토어), 결제이다. 애플은 클릭 한 번으로 콘텐츠를 구매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을 1억 명 넘게 보유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애플에 결제 정보를 맡기고, 그것을 이용해서 다양한 디지털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음악, 그 다음엔 게임 등의 애플리케이션, 이제는 책까지.

다음은 무엇일까? 폰 상에서 실물 상품 전자상거래가 도약함에 따라 애플이 자사 플랫폼에 흐르는 돈의 강에 뛰어들 것이라는 게 내 예상이다. 애플은 애플리케이션 판매 시에 수수료로 30%를 뗀다. 실물 상품의 경우 30%는 너무 높지만, 애플이 이베이로부터 치폴레(옮긴이-미국의 멕시코 음식점 체인)에 이르는 애플리케이션에 결제 대행자로 개입하여 훨씬 큰 수익 흐름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애플의 약점은 무수하다.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도 없고, 위치와 광고에서는 후발주자이며, 흥미로운 기업 몇 개를 인수하긴 했으나 분명한 전략도 없고 대량으로 집약된 데이터도 없다. (그러나 현금은 엄청나게 많으므로, 전략적 인수를 통해 이러한 동태가 빠르게 변할 수도 있다.) 애플은 사용자 주소록, 이메일 주소, 인스턴트 메시징 친구 네트워크라는 형태로 큰 소셜 그래프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러한 자산을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점은, 현재 진행중인 게임의 핵심적인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것을 이해했더라면 모바일미는 연 99달러짜리 애드온이 아니라 모든 사용자에게 무료였을 것이다. 웹 2.0 기업들은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점점 좋아지는 시스템이 네트워크 시대의 시장 지배에 있어 핵심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소셜 그래프가 바로 그런 시스템 중 하나로, 페이스북이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인터넷 운영체제를 지배하려는 기업은 페이스북과 거래하여 페이스북 플랫폼을 통합하거나, 자체적인 소셜 그래프 자산을 구축할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애플이 페이스북과의 거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애플의 현재모바일미 전략은 이 게임에 판돈이 얼마나 걸려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는다.

애플의 다른 약점들은, 애플이 약한 모든 영역에서 강점을 지닌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한다면 해결될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의 불화를 생각하면 이것이 점점 있을 법한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나아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가 3자 제휴를 통해 막강한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을 상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는 했지만 이런 제휴 관계에서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3자 제휴가 실현된다 하더라도 이론에서만큼 강력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약점도 웹 자체에 비견할 만한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놀라운 업적에 비하면 별 것 아닌지도 모른다. 짐 스토그딜(Jim Stogdill)이 최근의 글에서 말했듯이, 아이패드는 컴퓨터가 아니라 유통 채널이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반전은 아이패드가 네트워크 효과와 제한적 유통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아이패드의 매끈하고 반짝이는 오브젝트 디자인은 앱스토어 상의 네트워크 효과로 이어지고, 그러면 디바이스 자체에도 더 많은 소비자가 몰리게 된다. 소비자가 이 두 가지 힘으로 인해 아이패드의 노예가 되는 만큼, 애플은 아이패드라는 판매점을 이용해 기계 값보다 더 비싼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다. 이 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 힘으로 인하여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강화되고, 시장 존재감이 강화되면 디바이스에 딸린 채널에서의 현금화 기회도 높아진다.

또 흥미로운 점은, 이 많은 "앱"들이 사실상 URL 없는 웹페이지, 아니면 앱 형태로 포장된 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웹을 버리고 대신 환금성 있는 앱이 되기를 택한 콘텐츠다.

완전히 새로운 역사는 없으며 이런 일도 전에 이미 있었다. 1980년대 이전에는 텔레비전 방송이 모두 암호화되지 않고 방송되었다. TV와 같은 무제한적 유통 채널은 광고 판매를 통해서만 환금할 수 있었으나, 점대점 도파관을 사용한 케이블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난데없이 돈을 내야만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애플의 으뜸패다.

VHS 대 베타맥스와 상품 PC 대 애플의 교훈을 언급하면서, 안드로이드의 승리가 필연적이라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마스 시걸이 "아이폰 대 안드로이드가 맥 대 윈도우와 다른 이유"라는 글에서 지적하듯이, 플랫폼 전쟁에서는 개발자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 진리다. PC 시대에는 애플이 이것을 잊고서는, 각종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싶으면 포기하고, 개발자들을 흡수하거나 개발자와 경쟁하는가 하면, 약속했던 일정을 밥 먹듯이 어기면서 일을 심하게 그르쳤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들에게 분명한 설계도를 공급하고, 모든 제품에 동일한 핵심 기술을 적용하고, 개발자 도구가 이 핵심 기술을 손쉽게 지원하도록 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개발자 생태계로부터 돈을 버는 능력도 뛰어났다.

교훈을 얻은 애플은 이제 자체 모바일 플랫폼의 4.0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약속한 일정을 일관성 있게 지켰으며, 플랫폼 내의 핵심 기술(과 서드파티 개발자의 앱들 - "그럴 때 쓰는 앱이 있지")을 열심히 홍보했다. 게다가 8천 5백만에 이르는 아이폰, 아이팟 터치와 아이패드를 100% 유통했고, 이들 디바이스를 통한 원클릭 환금 기능을 제공한다. 디바이스 한대 한대에 절대 바닥나지도 폐쇄되지도 않는 자판기가 들어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와 반대로 구글은 소비자들이 공짜를 기대하도록 만들었고, 안드로이드 마켓의 환금 과정은 어설프고 일관성이 없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이 많다고는 하지만 서드파티 개발자들의 큰 성공 사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가 존재했던 기간이 아이폰 플랫폼의 2/3나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것은 마크가 모바일에서 애플의 승리를 예측하는 근거로 든 다섯 가지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글에 조목조목 반론하며 안드로이드의 승리를 예측한 크리스 린치의 글도 참고하자.)

그러나 애플이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한다고는 해도, 미래의 운영체제를 지배하기 위한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다. 네트워크 연결에는 양끝이 있으므로, 애플이 완전한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시대에 누렸던 독점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좋은 것이며, 인터넷 운영체제에 있어서 최고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즉, 아무도 충분한 점유율을 누리지 못하고, 모두 타협해야 하며, 상호운용성("네트워크의 네트워크"로서의 인터넷)이 계속 생산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 말이다.

페이스북(Facebook)

고대 그리스의 시인인 아르킬로코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을 하나 안다. "마치 페이스북을 가리켜 말한 것 같다. 페이스북이 아는 "큰 것 하나"인 소셜 그래프는 불완전한 서비스로 보일 수도 있지만, 페이스북은 이에 기반해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다.

페이스북은 그냥 웹사이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페이스북은 웹의 대용품이고 플랫폼 전체이며 하나의 세계로, 그들은 그 안에서 뉴스를 듣고 친구와 소통하고 게임을 하고 사진·동영상을 보관하고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는 애플리케이션 수로 치면 애플 앱스토어도 능가하며(페이스북 50만, 애플 18만 7천), 징가(Zynga)와 같은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전혀 새로운 사회적 판매 역학을 이용해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페이스북 커넥트는 웹의 일반적인 싱글사인온이 되어가고 있다. (구글 지도 이후로) 플랫폼 공급자의 소유가 아닌 여러 웹사이트에서 널리 채택된 최초의 인터넷 운영체제 서브시스템 중 하나다. 더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 커넥트를 이용하면 모바일 앱에서도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분명, 플랫폼 공급이라는 게 뭔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그래프 API소셜 플러그인 발표를 통해, 페이스북은 애초의 "닫힌 정원"식 접근을 버리고 웹 전체(모바일 디바이스 포함)를 위한 소셜 유틸리티로 변모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결제 플랫폼도 시험하고 있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결제 역량을 키우기 위해 페이팰과 제휴하고 있는 듯하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광고를 통한 환금 능력이 점점 발달하고 있지만, 아직은 구글이 검색의 황금길을 발견한 것과 같은 소셜 광고의 황금길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페이스북의 약점: 위치, 모바일 디바이스 장악력, 범용 컴퓨팅 및 저장 플랫폼. 그러나 이것은 단일 기업의 수직통합 플랫폼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만 약점이다. 오히려 이러한 역량이 없다는 점이 페이스북의 가장 큰 강점일 수도 있다. 수평통합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글(Google)

나는 구글의 인터넷 운영체제가 현재로서는 가장 발전해 있다는 점에 일말의 의심도 없다. 구글 앱엔진을 처음 접한 사람은 Win32 약속을 떠올리게 된다. DOS에서 윈도우로의 전환기를 목도한 사람이라면 다음 글을 읽고 그 의도가 너무나 흡사한 데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분은 최초로, 빅테이블과 GFS 등의 구글 애플리케이션의 기반인 확장성 있는 기술을 여러분의 애플리케이션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앱엔진에는 자동 확장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여러분이 애플리케이션 코드를 작성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해 드립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에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어도, 앱엔진은 여러분의 필요에 맞춰 확장할 수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이 말했듯이,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각운은 맞는다." 그러나 앱엔진을 너무 강조하면 요점을 놓치게 된다. 인터넷 운영체제가 하는 일이 저장과 연산뿐이라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VM웨어가 모두 우승을 다투게 되고, 그중에서도 아마존이 우위에 있게 된다.

그러나 장래에 결국 애플리케이션의 차별점이 되는 서브시스템은 결국 데이터 서브시스템일 것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규모 차원에서의 데이터가 바로 구글의 강점이다.

다음의 애플리케이션 몇 가지를 살펴보고, 필요한 데이터와 연산 자산을 모두 종합하여 다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자문해 보자.
  • 폰으로 모퉁이 단위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때 주소가 아니라 자연어 검색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음성 검색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길 주변의 관심 지점을 검색할 수도 있으며, 실시간 교통 정보를 이용해 도착 시간을 산정할 수 있고, 최종 목적지뿐 아니라 모든 모퉁이에서 실제 스트릿뷰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이점이다. 이 요소 중 일부를 다른 기업의 허가를 받아 사용해야 하는 기업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 폰 카메라를 책 표지, 와인 라벨, 미술관의 작품, 유명한 건물 혹은 명소, 회사 로고, 명함, 바코드, (비공개 버전의 경우) 사람 얼굴 등의 일상적인 물체에 향하면, 그 물체에 대한 정보가 출력된다(구글 고글즈). (아마존의 아이폰용, 안드로이드용 전자상거래 앱에 어느 정도 비슷한 기능이 있기는 하다. 바코드 스캔과 이미지 인식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본 것을 아마존에서 재빨리 검색해 주문하거나 아마존 관심상품 목록에 담아둘 수 있다. 그러나 인식되는 물체의 종류가 불완전하고, 구글이 보다 일반적인 플랫폼을 지원하는 데 비해 아마존의 것은 아마존 전자상거래에만 이용할 수 있다.)

  • 전화를 받을 때까지 자신의 모든 전화번호로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남긴 메시지를 자동으로 글로 남긴다(질이 나쁘다 하더라도).

  • 음성언어나 문서를 50개 국어로 번역한다(질이 나쁘다 하더라도).
그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구글은 지구상 어떤 기업보다 대단한 데이터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그 데이터를 미래의 컴퓨팅 방식에 대한 비전으로 빚어낼 대담함도 지니고 있다. 빌 게이츠가 윈도우 1.0을 개발할 때 그랬듯이, 구글은 현재의 능력 밖에 있는 것도 두려움 없이 시도하며, 될 때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근성도 있다.

게다가 이것은, 구글이 검색과 광고 분야에서 쌓아올린 성채와 유튜브를 통한 인터넷 동영상 장악력, 클라우드 기반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강력한 이메일 서비스, 그리고 지도 분야에서 웹 공용어가 되어가고 있는 구글 지도는 고려하지도 않은 것이다. 구글은 또한 안드로이드라는 형태로 모바일-클라우드 연계 스택의 프론트엔드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VCR과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 이미 성공을 맛본 업계 채택 전략(여러 제조업체가 공급하는 열린 하드웨어)을 취하고 있다. 구글은 또한 폰과 기업 분야에서 건실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하였다. 구글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에는 오픈 1주일 만에 거의 1500개의 앱이 등록되었고, 이는 아이폰보다도 더 빠른 시작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앱은 5만 개가 넘는다. (그러나 앞서 링크한 분석에서 마크 시걸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훨씬 확실한 환금성을 보장해왔다고 한다. 오라일리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앱 중 24%가 무료인 데 비해, 안드로이드 앱 중 59%가 무료이다.) 구글도 결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다.

구글 체크아웃이 웹 결제 전쟁에서는 참가상 수준에 머물렀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새로운 의미와 기회를 지닌다. 안드로이드 마켓 고객은 기본적으로 구글 체크아웃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아도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보유하면, 요소를 하나만 보유할 때보다 개별 요소가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안드로이드 전화기를 가지고 있다면 난데없이 구글 체크아웃이 기본 결제 수단이 된다. 최고일 필요도 없다. 의무적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약점: 예전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모두가 두려워하는 경쟁 대상이라는 점. 게다가 애플처럼 사용자 경험에 대한 확실한 요령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 아무리 좋은 안드로이드 폰도 애플의 핏과 마감을 따라가지 못한다. 구글은 또한 소셜 미디어 서브시스템 구축에 애를 쓰고는 있지만 아직은 확실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구글의 가장 강력한 자산은 사실 구글 웨이브 혹은 구글 버즈처럼 공공연한 소셜 시스템이 아니라 지메일 기반의 클라우드 주소록과의 연계다.

나는 우리가 소통에 실제로 사용하는 도구(전화기,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지, 공유 문서)가 우리의 실제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가장 강력한 잣대라고 생각한다. 그 소셜 네트워크를 모든 애플리케이션에 반영하는 비결을 최초로 알아내어 사용자에게 그 네트워크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기업이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다. 구글은 이러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그것을 결합할 방법은 찾아내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전방위로 강력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호스팅 및 연산 플랫폼인 어주어(Azure), 검색 엔진이자 광고 플랫폼인 빙(Bing), 강력한 기능의 지도 플랫폼, 음성 인식(2007년 텔미(Tellme) 사 인수를 통해)까지. 또한 윈도우 모바일 7을 통해, 모바일 플랫폼 분야에서도 기대를 모으며 재출발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익스체인지, 아웃룩, 셰어포인트(Sharepoint)에는 막대한 기업지향적 소셜 미디어 자산이 잠들어 있다. 물론 돈도 엄청나게 많고,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돈을 쓰려는 의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이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게임이 자사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구글이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애플에서 페이스북에 이르는 모든 기업의 구세주가 된 것이다.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논의를 거쳐 빙을 아이폰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넣으려 한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잡고 구글의 원대한 포부에 대항하는 미래상을 그려볼 수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페이스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제휴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추가하면 더욱 강력한 조합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최대의 약점은 (최초의 윈도우 모바일 플랫폼이 실패작이었다는 점과 이제 막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계속 윈도우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전략 부담"으로,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990년대 후반에 인터넷의 기회를 잡지 못한 이유와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또 한 가지 차이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 서비스"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구글의 웹 전용 버전과 대비되는, 각 디바이스 전용으로 개발된 풍부한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이 웹 서비스의 프론트 엔드가 된다는 비전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전용 앱이 성공을 거둠에 따라, 구글조차도 소프트웨어 + 서비스라는 접근법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황을 이끌고 있는 리치 클라이언트들은 PC 기반이 아니라 스마트폰 전용 앱이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폰 전략의 재출발에는 이 점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구글이 방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까지 그랬듯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IBM이 컴퓨터 본체의 독점이 깨진 후에도 살아남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이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영역에서의 만회를 성실히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진 가장 큰 기회는 역설적이게도 IBM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였듯이 오픈 데이터 서비스를 받아들이고 페이스북, 뉘앙스(Nuance), 페이팰 등의 선도적인 데이터 서비스와 자사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이다.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성격 상, 혹은 사업 모델 상 그렇게 할 수 있느냐이다. 내 예상으로는, 결국 일부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특히 위치 및 검색)의 통합점이 되는 것은 페이스북일 것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

노키아(Nokia)

노키아는 미래를 논의할 때 제외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도 세계적으로 우세한 폰 공급자라는 점, 나브테크(Navteq) 인수를 통해 독자적인 위치 및 지도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노키아 폰에서 음악, 지도, 애플리케이션, 게임 등을 제공하는 오비(Ovi)라는 형태로 플랫폼 비전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잊지 말자. 그럼에도 노키아가 이 "거대한 게임"에서 수위를 차지하리라고는 생각하기가 힘들다.

페이팔(PayPal)

인터넷 OS 서브시스템에서 결제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는 데 나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광고가 아니라 전자상거래야말로 모바일 세계의 결정적인 사업 모델이 될 것이다.

결제는 또 까다롭기도 하다. 신용한도를 얼마나 줄 것이냐의 문제는 알고리듬적 전문성과 방대한 데이터를 갖춘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애플과 구글은 독자적인 플랫폼 통합형 결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지만(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엑스박스 등 일부 플랫폼에 한해서는 보유하고 있다) 다른 기업은 어떠한가? 결제의 거인이라 할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여전히 잠자고 있다. 모바일 통신사도 결제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그 기업 문화와 시스템 상 결정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페이팰은 처음부터 웹에서 시작했으므로, 모바일로의 이식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스퀘어(그리고 그 외 아직 발표되지 않은 서비스)와 같은 벤처 기업들도 이 영역을 노리고 있다. 혁신, 경쟁, 인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세일즈포스(Salesforce.com) 역시 플랫폼의 강자로, 포스닷컴(force.com) 플랫폼 기반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수천 개 보유하고 있다. 사실 "서비스로서의 플랫폼"(단순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개별 애플리케이션) 또는 "서비스로서의 인프라"(아마존이 개척한 류의 플랫폼)과 구별되는 의미로)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확산시킨 기업이 바로 세일즈포스이기도 하다.

트위터(Twitter)

트위터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실시간 웹에 대한 트위터의 지배력은 게임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트위터의 개발자 생태계는 이미 거대한 데다 점점 성장하고 있으며, 최대한 단순한 것을 추구하는 사고 방식으로 인해 빠른 발전이 가능하다. 트위터는 데이터 수송 수단으로 점점 활용폭이 넓어지고 있으며, 트위터 분석학은 새로운 종류의 실시간 정보를 낳고 있다.

VM웨어(VMware)

첫 눈에는, VM웨어는 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 VM웨어는 애플리케이션 가상화의 선도 기업이며, 덕분에 기업 클라우드 컴퓨팅의 선도 기업이기도 하다. VM웨어는 클라우드 공급자 간에 애플리케이션이 쉽게 이식되도록 하는 데, 그리고 개인적, 공적 클라우드 간의 쉬운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정도로 될까?

그러나 폴 마리츠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이 인터넷 데이터의 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 것이다. 마리츠는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둔 후 직접 창립한 벤처 기업인 파이코프(PiCorp)에 있는 동안 클라우드 상에서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비전에 심취해 있었다. 마리츠는 몇 년 전 사적인 자리에서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싶겠어요? 침대 매트리스 아래가 아니라 은행에 돈을 보관하고 싶은 이유와 같아요. 다른 사람의 데이터와 함께 보관하면 가치가 높아지는 거죠."

그리고 대규모 멀티프로세서 포스트그레스 데이터베이스인 그린플럼(Greenplum, 고백: 나도 자문위원으로 있다)의 창립자 겸 회장인 스캇 야라는 내게 그린플럼의 코러스(Chorus) 서비스를 설명하면서, 세계 최대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 구글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린플럼은 뉴욕 증권 거래소, T 모바일, 스카이프, 폭스 인터랙티브 미디어(마이스페이스)의 데이터 호스팅을 하고 있다. 기업 데이터("어둠의 웹"이라 불리기도 하는)를 합치면 소비자 웹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보다 훨씬 방대하다. 따라서 기업 고객 간의 데이터 공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그린플럼의 플랫폼인 코러스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VM웨어의 개인 클라우드 관리에는 의외의 이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소비자 웹과 거리가 먼 기업들이 클라우드 데이터 운용 시스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VM웨어가 이미 구축해놓은 기능, 즉 개인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 간의 경계를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및 서비스의 분할이 인터넷 OS의 기본 기능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또한, VM웨어의 짐브라(Zimbra) 인수도 이 기사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인터넷 데이터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첫 발자국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짐브라는 익스체인지 호환 이메일 플랫폼으로,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지향적 소셜 그래프를 십분 활용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VM웨어의 스프링소스(SpringSource) 인수는 더욱 의미있다. 클라우드 기업정보 공급자인 굿데이터(GoodData, 내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사회 임원이기도 하다)의 CEO인 로먼 스타넥은 내게 자바 언어로 프로그래밍하는 데 익숙한 기업 클라우드 개발자들에게는 스프링소스가 안성맞춤의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API는 너무 저수준이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API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면에서 너무 고수준이다. 그런 면에서 VM웨어 API는 안성맞춤이다.

마리츠는 오랜 마이크로소프트 재직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개발자 도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플랫폼의 우위를 점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상세하게 알고 있다. 세계 최고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개발자 도구가 있어야 명맥을 유지할 수가 있다.

물론 VM웨어는 약점이 많다. 미디어, 검색, 광고, 위치 기반 서비스, 음성 인식 등의 분야에서, 미래의 개발자 세상에서 화폐로 쓰이게 될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분야에는 다른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느슨하게 연결된 작은 조각들

나는 인터넷 OS를 이야기할 때, 예전의 윈도우처럼 개발자 생태계 전체를 차지하려 하고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배타적으로 의존하며 플랫폼 개발자들에게 플랫폼을 다룰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플랫폼에 대한 메타포로 톨킨의 "절대반지"를 사용했다. 그러나 다른 대안도 있다. 리눅스와 월드와이드웹은 내가 (동명의 데이빗 와인버거의 책 제목을 따라) "느슨하게 연결된 작은 조각들"이라고 부르는 것의 예이다. 즉, 애플리케이션이 상호운용할 수 있는 단순한 규칙이 있어서, 개발자들이 중앙의 통제 없이 함께 작동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 말이다.

그림1

절대반지 전략의 경우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두가 가능한 우승후보다. 페이스북은 위의 세 기업과 달리 결정적인 모바일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임에도 이 게임에 뛰어들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미래상 중 하나는, 하나의 공급자에 종속되지 않는 여러 인터넷 서브시스템이 서로 협업하는 미래이다. 즉 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유저 확인, 유저 사진, 상태 업데이트에는 페이스북 커넥트와 오픈 그래프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지도 또는 위치 서비스에는 구글이나 빙 지도를 사용하며, 음성 인식에는 구글 또는 뉘앙스, 결제 서비스에는 페이팰 또는 아마존, 서버 호스팅과 컴퓨팅에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VM웨어 또는 랙스페이스를 사용하며, 아직 구상되지 않은 기능에는 수천 개의 다른 개발자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는 식의 시스템이다.

이것은 수직통합이 아닌 수평통합의 미래다. 수평통합은 이미 여러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음악을 생각해 보자. 음악 CD를 읽어들이는 디바이스라면 거의 모두가 트랙명 검색에 그레이스노트(Gracenote)의 CDDB를 이용한다. 이것은 인터넷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가장 널리 활용되는 데이터 서비스 중 하나다.

소닉리빙(SonicLiving)은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콘서트 정보를 검색하고 "만능 참가신청" 시스템을 통해 콘서트를 달력에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을 페이스북으로부터 판도라(Pandora), 룹트(Loopt)에 이르는 사이트에 공급한다.

온라인 음악 인프라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기업이 그레이스노트와 소닉리빙(둘 다 사기업)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물론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개발자 용의 이와 같은 "점" 솔루션이 수없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OS는 마이크로소프트 또는 애플 PC, 폰 OS보다는 리눅스 배포판에 가까운 양상이 될지도 모른다. VM웨어가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을 공급하고, 페이스북이 소셜 UI 레이어를 공급하며, 구글 또는 빙이 검색 하부시스템을 공급하고, 안드로이드와 아이폰과 노키아, 차세대 윈도우 모바일이 모바일 프론트엔드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될지도 모른다.

VM웨어와 세일즈포스가 각각 공급하는 서비스의 요소 요소를 결합한 하나의 개발자 플랫폼인 VM포스의 발표를 통해, 단일한 수직통합 플랫폼 개발에 집착하지 않는 기업들이 협업을 택하게 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개발자들은 하나의 플랫폼을 선택할지 아니면 상호운용성과 선택의 여지가 있는 열린 시스템을 선택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개발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나아가 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사 플랫폼 채택을 유도하려 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제휴 관계가 계속 변화하며 혁신의 물결이 밀려올 것이다.

내 마음에 떠오르는 가장 큰 의문은 "빅4"(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중에 어느 기업이 수평적이고 열린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냐이다. 그중 애플이 가장 가능성이 낮다. 애플은 그럴싸한 논거를 들어 수직 통합을 주장해 왔으며, 실제로 해내기까지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역사와 전통을 보면 열린 인터넷 전략을 취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필요는 좋은 선생이 아니던가.

페이스북은 열린 전략에 대해 선택적인 동태를 보여왔다. 소닉리빙과의 제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페이스북은 웹 서비스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다른 기업의 웹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비평가들은 페이스북이 최근 발표한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했지만, 내 생각에는 페이스북이 페이팔과 VM웨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하여 입지를 강화한다면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것이 분명 더 많을 것이다.

구글은 열린 웹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또 공공연하게 추구해왔다. 비평가들은 구글이 "열려있다"는 말을 "자기가 편할 때만"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지적했으며, 사실이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열린 전략과 독점 전략을 병행하는 기업이라면 다 마찬가지다. IBM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전념한 것이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을, 아니면 레드햇으로부터 MySQL에 이르는 기업들이 오픈 소스 전략을 근간으로 하되 독점적 요소도 가미했음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결국 기업이 열림 대 닫힘·독점에 연관된 결정을 내릴 때 근거가 되는 것은 경쟁이다. 열림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도덕적 성전으로 미화할 것이 아니라 열린 전략을 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쟁적 이점을 강조하고, 협업하지 않을 경우 도태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엮어주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이것은 올해 웹 2.0 엑스포, 그중에서도 웹 2.0 서밋에서 이루어질 토론의 배경이다. "웹 2.0"이라는 용어를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나는 항상 웹 2.0을 개별적 컴퓨터가 아닌 인터넷을 플랫폼으로 취급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엑스포는 플랫폼의 기술적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고, 서밋은 사업 모델과 사업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존 바텔이 "통제점"이라는 글에서 말하듯, 15년 동안 상업적 인터넷 시장이 두 차례의 불경기를 겪으면서, 업계가 새로운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이 분명해졌다. 즉 인터넷 경제 지배를 위한 전쟁이 "중반전"으로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밋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인터넷 지형도에 전략적 변곡점을 정하고, 웹제곱 시대의 서비스와 인프라를 통제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핵심 플레이어를 확인할 것이다.

플레이어들의 전력 분석

이 글에서는 미래의 전략적, 전술적 지형도를 생각하는 데 필요한 개념적 틀을 제시한다. 우리가 인터넷 OS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과, 이미 조각들을 거의 다 맞춘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인 기업도 있다는 점, 또 "혼자서 다 하는" 전략을 취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협력업체를 구하려 하는 기업도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미래의 제휴, 합병 및 인수 가능성과 각 플레이어가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입수해야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장래에 보다 각 플레이어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보다 철저한 분석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일단 아쉬운 대로, 몇 가지 핵심 요소와 내가 생각하는 주요 플레이어들의 강점을 정리한 표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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